이사 후보 총사퇴한 KT... 새 수장 맞기까지 5개월 전망

2023-03-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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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재선임 후보 모두 사퇴해 주요 안건 폐기

KT 새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5개월 소요 예상

주주들 "낙하산이 대표로 와선 안 돼... 정관 만들어야"

KT 박종욱 대표이사 대행이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상우 기자]

대표이사 선임 이슈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KT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됐던 이사회였지만, 4월부터 임기가 제대로 남은 이사는 단 한 명으로 줄어든다. 감사, 경영, 대표이사 후보 추천 등 기능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31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3인에 대한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사외이사 후보 3인이 동반 사퇴하면서 주주총회 안건도 폐기됐다.

사외이사 후보는 강충구 고려대학교 교수(현 KT 이사회 의장),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이다. 이들이 사퇴하면서 KT 이사회에 임기가 제대로 남은 이사는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만 남게 된다.

KT 관계자는 "재선임 대상인 이사 3인이 후보 사퇴를 결정해 해당 주총 안건이 폐기됐다"며 "이에 따라 상법에 의거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 시까지 이사직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하루 전인 30일 표현명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충구·여은정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선 중립이란 의견을 냈다. 여기에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최대주주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시사하면서 부결 가능성은 커졌다. 의결권 자문 기관인 ISS도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표대결을 통해 사외이사 3인 재선임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압박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로 다가온 경영공백... 그래도 낙하산은 안 돼

KT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이슈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졌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 발표 이후 각종 반대에 부딪혔으며, 대표이사 후보를 공개모집 방식으로 변경해 윤경림 KT 사장을 새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주주총회를 며칠 앞두고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가 자진 사퇴하면서 해당 안건이 폐기됐다. 또한 윤 후보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2인 역시 자격 상실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KT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섰다. 박종욱 KT 경영기획본부장은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아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성장지속 전담조직(TF)'과 '새 지배구조 구축(뉴 거버넌스) TF'를 둔다. 이를 통해 전사적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날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박 대표이사 대행은 "직무대행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향후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까지 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를 단축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지배구조를 수립하고, 정상경영이 되도록 임직원이 혼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낙하산 후보를 막는 정관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KT새노조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낙하산 인사 반대를 위한 특별안건결의를 요청했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KT에 이권 카르텔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한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든 책임지고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의 대안이 정치권 낙하산일 수는 없다. 빠른 정상화를 위해 낙하산 반대 안건을 특별결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KT주주모임 카페 운영자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정치권 출신이 들어와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임시주총을 열어 정관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KT는 향후 2차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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