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지난 23일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인용 결정하면서,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는 5대4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했고, 이로 인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출석해 심의·표결에 참석했기 때문에 가결선포는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중대한 헌법 위반'이 없는한 국회의 정치적 형성권을 존중해야 하고, 검수완박법 통과 과정에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 없었다는 취지다.
결정 직후 각 매체마다 '절차적 하자는 있지만 법안 자체는 유효'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기사를 쏟아냈다. 이날 권한쟁의심판 결정을 주목하고 있던 법조계는 헤드라인을 보고 경악했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던 변호사들은 "술을 먹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결정", "오류가 있는 문제로 시험에 불합격했지만 불합격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결정"이라며 헌재의 논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헌재는 180석을 차지한 거대당의 입법 횡포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절차가 위법하다면 결과도 위법'이라는 법 원칙은 무너졌다. 헌재가 '국회의 정치권 형성권 존중'이라는 선례를 남기면서 정치권이 또다시 편법과 무리수를 동원해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견제할 수단은 사라지게 됐다.
이번 결정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이미선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삼권분립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견제'는 있다. 과연 이번 결정이 견제에도 충실했는지 의문을 던지게 된다. 두 명의 헌법재판관 교체를 앞두고 있는 헌재가 '정치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써 견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