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韓日, 과거 넘어서야...선제적 걸림돌 제거하면 日호응할 것"

2023-03-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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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 국무회의 모두발언 생중계..."'민족주의‧반일'로 정치적 이득 취하려는 세력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한‧일 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며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 정부는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일 관계 정상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각자 스스로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25분에 걸쳐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과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 60%'를 기록하는 상황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일종의 정면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말을 인용해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한‧일 역사 갈등이 경제 갈등으로 확산되고, 안보 협력 파행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는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며 "함께 노력해서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한‧일 청구권협정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다고 되어 있다"며 "우리 정부는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면서 "이번 한‧일 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외교‧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 등 양국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정부 간 협의체 복원 △국가안보실(NSC) 차원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 △민간 차원의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조성 등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반도체 관련 3개 소재 부품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국제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하기로 발표했다. 상호 화이트리스트(무역 우대국)의 신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면서 "저는 선제적으로,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하도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급증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고 "저는 한‧일 간 북핵과 미사일에 관한 완벽한 정보 공유가 시급하다고 판단해서 정상회담에서 전제조건 없이 선제적으로 지소미아를 완전히 정상화할 것을 선언했다"며 "국방부와 외교부에서도 필요한 법적 조치를 시행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일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순방을 통한 관계 개선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 부처에서는 협력체계 구축과 아울러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저는 현명하신 우리 국민을 믿는다"면서 "한‧일 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큰 희망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정부 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방일에 동행했던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당당하게 일본을 대하자. 제발 좀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싼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일 선동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양국관계를 이 상태로 계속 방치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느냐. 더 현실적인 해법이 있으면 민주당이 제시해달라"고 역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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