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지수 구성의 함정 ④전문가 제언<끝>] "논란되는 KRX 지수에서 유동시가총액 비율 높은 종목은 빼야"

2023-03-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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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지수, 군소업체들이 직면한 현실 지수가 반영 못해

통계학에서 사용되는 극단치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

기업의 산업별 매출 비중을 나눠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사진=중앙대학교 ]



KRX(한국거래소)섹터 지수(index)가 산업 업황을 왜곡해 반영하면서 투자 판단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신산업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가 양호한 KRX300커뮤니케이션서비스 지수를 참고해서 KT 주식에 투자했다면 -20%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KRX 섹터 지수의 왜곡은 개별 수익률뿐 아니라 결국에는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학계 전문가들 역시 KRX 산업지수 산정 방식이 현실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정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KRX산업지수 논란과 관련해 학계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모두 지수의 왜곡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KRX산업지수가 적절한 대표성을 갖기 위해서는 유동시가총액 비율이 높은 종목들을 KRX 개별 지수 내에서 빼야 한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

-특정 섹터가 적절한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지수를 참고해서 투자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나.

"KRX산업지수는 시장 동향을 투자자에게 안내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KRX자유소비재 지수와 같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같은 기업들이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면 해당 섹터는 이들 계열사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또한 KRX건설지수와 같이 건설업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포스코케미칼을 포함시키면 해당 섹터를 순수한 건설업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유동시가총액 비율이 낮은 중소기업들도 섹터 내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군소 업체들이 직면한 현실을 지수 내에 적절하게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 시장에서 왜곡된 정보나 결과가 발생할 때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선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효과적인가.

"유동시가총액 비율이 높은 종목들을 KRX 지수 내에서 별도로 떼어내는 방법도 있다. 지금처럼 지수가 산정되면 시장에 왜곡된 시그널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종목 비중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들면 KRX 지수 내에서 과감하게 제외해야 한다. 한두 개 업체의 주가 등락률을 가지고 산업 전체 시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 비중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필요하지만 통계학에서 어떠한 평균을 낼 때는 극단치(Outlier)를 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극단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제외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필요해 보인다. KRX산업지수 산정에 있어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 상황을 동일시할 수 없다. 주식시장을 예를 들어서 비유를 하자면 삼성전자가 만약에 폭락하면 코스피 시황도 덩달아 떨어지게 된다. 다른 업체들은 아무리 종목이 좋아도 코스피 지수가 반등하기 어렵다. 레드필(불편한 진실)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KRX산업 섹터 지수를 세분화하는 말씀인건지.

지금 기존에 있는 KRX산업지수를 발표 할 때 특정 섹터내에서 (포스코케미칼, 현대3사 계열사 등) 극단치들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KRX정보기술 지수로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영향력이 너무 크니까 삼성전자를 제외한 버전을 하나 만들고 삼성전자가 포함됐을 때 KRX정보기술 지수가 어떠한지를 투자자한테 보여주는 방법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사진=연세대학교]

 
# "지수 자체 문제보다 지수 내에 포함되는 기업들이 영위하는 사업의 다양성이 지표를 왜곡시킨다"
다음은 성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

-KRX산업 지수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GICS(글로벌산업분류기준)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동시가총액 비율이 높은 특정 기업이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으면 지표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해당 구성 비율에 따라 지수에 들어가는 몫을 조정해야 한다."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KRX산업지수 산정 시 회사 매출에서 각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서 편입 비중을 산정할 필요성이 있다. 특정 산업 성격에 좀 더 가까운 비중과 그렇지 않는 비중을 나눠볼 수도 있다. 지금처럼 (다양한 사업이 하나로 뭉쳐진) 유동시가총액비율만 고려하면 한계가 명확해진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거래소는 "KRX섹터지수는 글로벌 표준인 GICG 산업분류에 따라 유동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특정종목의 과도한 지수비중을 제한하는 시총비중상한을 적용하고 있어 지수이용자들과 이미 컨센서스를 이룬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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