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가 미국 ICT(정보통신기업) 기업의 독무대라면 MWC는 중국 ICT 기업 축제가 된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된 전 세계 IT 시장에서 유럽과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 2023을 둘러본 국내 한 교수의 평가다.
이번 행사는 200여 개 국가에서 20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열렸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MWC 행사장의 열기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중국·유럽·중동 이동통신사와 IT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부스를 꾸렸고 서로 기술력 탐색에 열을 올렸다.
한국도 이러한 열기에 동참했다. SK텔레콤(SKT)·KT·삼성전자·LG생활건강·한글과컴퓨터가 대형 부스를 마련해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통신·모바일·인공지능·클라우드 등 디지털전환(DX) 핵심 기술을 알렸다.
◆미국 제재 연구·개발로 돌파...돌아온 MWC 주인공 '화웨이'
가장 주목할 부스는 전시장 1관을 통째로 빌린 수준인 9000m² 공간을 차세대 5G 통신장비로 꽉 채운 화웨이였다. MWC 2023 전시장인 '피라 그란 비아' 전체 공간이 11만m²인 점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얼마나 만반의 준비를 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부스(1745㎡)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실제로 전시장이 문을 연 바로 직후인 오전 9시경 화웨이 부스를 방문했음에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화웨이의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와 서버, 태양광 기반 탄소중립 기술을 체험하고 있었다.
화웨이는 초당 10G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5.5G(5G 어드밴스드)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통신 장비 홍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800㎒ 이내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 주는 차세대 CA(주파수 집성) 장비를 전면에 내세우며 400㎒ 이내 주파수만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경쟁사 장비와 기술력에서 큰 격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5.5G 시대를 대비해 5G 주파수를 2배로 확장하는 3.7㎓ 대역 300㎒ 경매가 이뤄질 경우 경매 결과에 따라 1~2개의 이동통신사에서 화웨이 CA 장비에 대한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장정쥔 화웨이 아태지역 대외협력·홍보 부사장은 취재진과 만나 "(미국 제재로) 화웨이는 몇 년간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10년간 연구개발에 2300억 달러(약 302조원)를 투자하는 등 기술 혁신에 집중했다"며 "주력 사업도 모바일·네트워크에서 디지털파워·자율주행·클라우드로 바꾸며 해당 시장에서 더 많은 매출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부가 별개 회사로 독립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화면을 밖으로 접는 폴더블폰 '메이트X2'를 필두로 플래그십폰인 '메이트50' 시리즈도 전시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中 제조사, 노골적인 삼성전자 폴더블폰 베끼기 나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차세대 폴더블폰과 플래그십폰을 강조하며 중저가폰 중심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를 보였다.
가장 공격적으로 폴더블폰을 전시한 회사는 중국 BBK그룹 계열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원플러스 포함)'였다.
오포는 대규모 부스를 꾸려 갤럭시Z 폴드를 벤치마킹한 '파인드N2'와 갤럭시Z 플립을 따라 한 '파인드N2 플립'을 홍보했다. 두 제품의 핵심 경쟁력은 내구성 확보를 위해 접을 때 약간의 틈이 있는 갤럭시Z 시리즈와 달리 화면이 꽉 붙어 틈이 없는 힌지 기술이다. 파인드N2는 플라스틱 재질로 Z 폴드보다 가벼운 무게를 강조했고, N2 플립은 Z 플립보다 큰 외부 디스플레이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는 노골적으로 Z 폴드를 베낀 '매직Vs'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부스 위치도 삼성전자 바로 건너편이었다. 레노버는 접는 폰이 아닌 펼치는 폰(롤러블폰)과 노트북(롤러블 랩탑)을 공개하며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폴더블폰 굴기를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사장)은 오포 부스에 방문해 20분간 제품을 둘러본 후 오포 관계자와 미팅을 진행했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중국 스마트폰과) 경쟁이 심해져야 실력이 올라가고 우리 명성이 올라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샤오미는 중국 시장에만 공개한 샤오미13 시리즈를 MWC 2023 개막 전날 전 세계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갤럭시S23 시리즈와 유사한 사양을 갖추고 독일 카메라 업체인 라이카와 협력해 카메라 성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부터 지하철까지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에 대항하는 광고로 꽉 채웠다.
◆한국 기업은 동남아·중동 지역 AI·DX 고객 확보하며 실리 취해
한국 기업은 인공지능·클라우드·UAM(도심항공교통) 등을 시연하며 디지털전환에 관심이 큰 동남아·중동 지역 바이어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실용주의 전략을 취했다.
SKT는 초거대 AI '에이닷'과 AI 반도체 '사피온'을 필두로 AI 위치 솔루션 리트머스와 반려동물 엑스레이를 AI로 분석하는 '엑스칼리버'를 시연했다. 특히 에이닷에는 오래된 대화를 기억해 최적의 답변을 하는 장기기억 기술과 텍스트뿐 아니라 사진과 음성까지 이해하는 '멀티모달' 기술이 적용되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SKT 부스는 유럽·중동·동남아 등 해외 통신사 대표를 포함해 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며 3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SKT가 UAM으로 달라지는 일상을 알리기 위해 준비한 UAM 체험존에는 1시간 이상 대기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UAM과 동일한 크기의 모형을 통해 관람객은 실제 UAM에 탑승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KT는 초거대 AI '믿음'과 AI 연구개발 포털 '지니랩스', AI 풀스택 전략의 파트너인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과 모레의 AI 인프라 솔루션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렸다.
AI 기술로 최적의 운송경로를 제시하는 '리스포', AI 기반 물류센터 운영 솔루션 '리스코', 화주와 차주를 실시간 연결하는 물류 플랫폼 '브로캐리'에도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보였다.
이와 함께 KT는 MWC 2023 키노트에서 약 7억7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통신사 싱텔과 협력해 자사 AI, 클라우드, 물류 솔루션을 해외에 수출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구현모 KT 대표의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이 '유종의 미'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공개된 부스에선 플래그십폰인 갤럭시S23 시리즈를 홍보하고 비공개 부스에선 유럽·중동 통신사와 네트워크 장비 수출을 논의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삼성전자 부스는 갤럭시S23 시리즈의 차별화된 카메라 성능을 체험할 수 있게 '우주 공간'과 '서울의 밤'을 모티브로 한 스튜디오를 갖추고 관람객을 맞이했다. 특히 안드로이드폰 최고 수준의 게이밍 성능을 강조하기 위한 공간도 함께 마련하며 갤럭시S23 성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을 필두로 삼성전자 MX사업부 주요 임원도 총출동해 경쟁사 제품을 둘러보고 고객 미팅을 하며 모바일 시장 1위 다지기에 열을 올렸다.
LG생활건강 부스는 6관 깊숙이 있었음에도 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소리소문없이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생활건강이 선보인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는 화장품과 동일한 친환경 저자극 소재로 유럽·중동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용자 피부 건강을 아랑곳하지 않는 기존 저가 타투 프린터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이다. LG생활건강은 회사 로고를 최소화하고 임프린투를 강조하는 부스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4년 만에 MWC에 참가한 한컴은 AI 기반 문서 기술을 시연하며 유럽·중동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AI 기반 OCR(이미지 인식)로 영어문서 기준 99.69%를 인식하고, 자연어처리 AI로 문서 종류를 자동 분류하는 것을 관람객들에게 강조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 2023을 둘러본 국내 한 교수의 평가다.
이번 행사는 200여 개 국가에서 20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열렸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MWC 행사장의 열기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중국·유럽·중동 이동통신사와 IT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부스를 꾸렸고 서로 기술력 탐색에 열을 올렸다.
한국도 이러한 열기에 동참했다. SK텔레콤(SKT)·KT·삼성전자·LG생활건강·한글과컴퓨터가 대형 부스를 마련해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통신·모바일·인공지능·클라우드 등 디지털전환(DX) 핵심 기술을 알렸다.
◆미국 제재 연구·개발로 돌파...돌아온 MWC 주인공 '화웨이'
가장 주목할 부스는 전시장 1관을 통째로 빌린 수준인 9000m² 공간을 차세대 5G 통신장비로 꽉 채운 화웨이였다. MWC 2023 전시장인 '피라 그란 비아' 전체 공간이 11만m²인 점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얼마나 만반의 준비를 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부스(1745㎡)의 5배가 넘는 규모다.
화웨이는 초당 10G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5.5G(5G 어드밴스드)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통신 장비 홍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800㎒ 이내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 주는 차세대 CA(주파수 집성) 장비를 전면에 내세우며 400㎒ 이내 주파수만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경쟁사 장비와 기술력에서 큰 격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5.5G 시대를 대비해 5G 주파수를 2배로 확장하는 3.7㎓ 대역 300㎒ 경매가 이뤄질 경우 경매 결과에 따라 1~2개의 이동통신사에서 화웨이 CA 장비에 대한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부가 별개 회사로 독립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화면을 밖으로 접는 폴더블폰 '메이트X2'를 필두로 플래그십폰인 '메이트50' 시리즈도 전시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中 제조사, 노골적인 삼성전자 폴더블폰 베끼기 나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차세대 폴더블폰과 플래그십폰을 강조하며 중저가폰 중심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를 보였다.
오포는 대규모 부스를 꾸려 갤럭시Z 폴드를 벤치마킹한 '파인드N2'와 갤럭시Z 플립을 따라 한 '파인드N2 플립'을 홍보했다. 두 제품의 핵심 경쟁력은 내구성 확보를 위해 접을 때 약간의 틈이 있는 갤럭시Z 시리즈와 달리 화면이 꽉 붙어 틈이 없는 힌지 기술이다. 파인드N2는 플라스틱 재질로 Z 폴드보다 가벼운 무게를 강조했고, N2 플립은 Z 플립보다 큰 외부 디스플레이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는 노골적으로 Z 폴드를 베낀 '매직Vs'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부스 위치도 삼성전자 바로 건너편이었다. 레노버는 접는 폰이 아닌 펼치는 폰(롤러블폰)과 노트북(롤러블 랩탑)을 공개하며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중국 스마트폰과) 경쟁이 심해져야 실력이 올라가고 우리 명성이 올라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샤오미는 중국 시장에만 공개한 샤오미13 시리즈를 MWC 2023 개막 전날 전 세계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갤럭시S23 시리즈와 유사한 사양을 갖추고 독일 카메라 업체인 라이카와 협력해 카메라 성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부터 지하철까지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에 대항하는 광고로 꽉 채웠다.
한국 기업은 인공지능·클라우드·UAM(도심항공교통) 등을 시연하며 디지털전환에 관심이 큰 동남아·중동 지역 바이어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실용주의 전략을 취했다.
SKT 부스는 유럽·중동·동남아 등 해외 통신사 대표를 포함해 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며 3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SKT가 UAM으로 달라지는 일상을 알리기 위해 준비한 UAM 체험존에는 1시간 이상 대기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UAM과 동일한 크기의 모형을 통해 관람객은 실제 UAM에 탑승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AI 기술로 최적의 운송경로를 제시하는 '리스포', AI 기반 물류센터 운영 솔루션 '리스코', 화주와 차주를 실시간 연결하는 물류 플랫폼 '브로캐리'에도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보였다.
이와 함께 KT는 MWC 2023 키노트에서 약 7억7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통신사 싱텔과 협력해 자사 AI, 클라우드, 물류 솔루션을 해외에 수출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구현모 KT 대표의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이 '유종의 미'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부스는 갤럭시S23 시리즈의 차별화된 카메라 성능을 체험할 수 있게 '우주 공간'과 '서울의 밤'을 모티브로 한 스튜디오를 갖추고 관람객을 맞이했다. 특히 안드로이드폰 최고 수준의 게이밍 성능을 강조하기 위한 공간도 함께 마련하며 갤럭시S23 성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을 필두로 삼성전자 MX사업부 주요 임원도 총출동해 경쟁사 제품을 둘러보고 고객 미팅을 하며 모바일 시장 1위 다지기에 열을 올렸다.
4년 만에 MWC에 참가한 한컴은 AI 기반 문서 기술을 시연하며 유럽·중동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AI 기반 OCR(이미지 인식)로 영어문서 기준 99.69%를 인식하고, 자연어처리 AI로 문서 종류를 자동 분류하는 것을 관람객들에게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