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공동성명 채택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한 서방과 이에 반대한 러시아·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인도 뱅갈루루에서 진행된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폐막했지만 공동성명을 내놓지 못했다. 의장국인 인도가 공동성명 대신 회의 내용 요약본만 발표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이 같은 성명 추진에 반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침략이나 전쟁이 아니라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행위라는 취지다. 또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회의는 경제·금융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전쟁 그 자체가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부 장관은 "이 전쟁에는 원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양측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의장국인 인도가 나섰다. 하지만 인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규정할 때 '전쟁' 대신 '위기'나 '도전' 같은 단어 사용을 주장하면서 서방국가들이 거부했다. 인도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것을 거부하고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리는 등 친러시아적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 23일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철수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에도 기권을 표한 바 있다.
양측 간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공동성명 대신 나온 요약문에는 "대부분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비난했다. (대부분 회원국이) 전쟁은 막대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고 세계경제 취약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하면서도 "상황과 제재에 대해 다른 견해와 다른 평가가 있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를 제외하고도 △개도국 채무 부담 완화 △국제금융체제 △국제조세 △가상화폐 규제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부채 감축에 동참하라는 주장에 세계은행(WB) 등 국제은행도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대립이 불거지면서 다른 주제에 대한 주목도는 확연히 떨어지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