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1년 ①] 1주일이면 끝난다더니…'벌써 1년'

2023-02-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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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길어야 1주일이면 끝날 것이라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어느덧 벌써 1년이 지났다.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군사력 보유국으로 불리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48시간 내 함락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골리앗' 러시아는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특별 군사 작전'이라는 명분 하에 기세 좋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재래식 전력으로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오히려 밀리는 처지가 되자 최후의 수단인 핵을 연신 들먹여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윗' 우크라이나는 이보다 더 잘 싸울 수 없을 정도이다. 물론 서방의 지원과 라스푸티차(봄·가을에 토양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현상) 등 기후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부터 일선 병사에 이르기까지 국운을 걸고 러시아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의 저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결국 전쟁에는 피해가 따르는 법. 미국·영국 주요 기관들의 추정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가 10만명을 넘어섰고,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20만명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U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상자만 해도 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물적 피해도 막대하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달 초 내각 회의에서 전쟁으로 발생한 인프라 피해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경제가 총 7000억 달러(약 907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 고통은 당사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 원자재 등의 주요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는 주요 식량 수출국이다. 그러다 보니 이 두 나라의 전쟁은 원자재,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차츰 벗어나며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전쟁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쪽이 팽팽하다. 러시아는 계속해서 돈바스 지역을 차지해야 하겠다는 입장이고, 우크라이나는 한치의 영토도 내어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핵을 제외하면 전력 측면에서도 이제 압도적인 차이는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세계, 러시아는 중국이라는 지원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따라서 전쟁이 서방 세계와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력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전 세계가 다시 양극적 냉전 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전쟁 1주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고,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논의했다.

전쟁 2라운드가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새뮤얼 차랍 선임 정치학자는 "전쟁의 뚜렷한 특징은 그것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경제와 군사력을 지탱하려는 서방의 능력과 의지가 공세 작전을 계속하려는 러시아의 역량과 의지 및 능력에 맞서고 있다"고 미국 매체 NPR에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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