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면, 중·러와 미국 주도의 서방이 맞서는 정세가 고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5월께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이란 보도도 나온다. WSJ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앞으로 수 개월 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하는 등 양국 정상이 조만간 만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러시아를 방문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은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방송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연방 안전보장이사회 서기와의 만남에서 “(중·러 관계는) 바위처럼 단단하며 변화하는 국제 정세의 시련을 견뎌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의 이번 유럽 방문은 시 주석의 3연임 성공 이후 중국 고위 관리의 첫 유럽 방문이다. 그는 유럽 방문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을 우려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러시아에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는 점 역시 서방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이며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또한 군사 무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및 기타 첨단 기술을 러시아에 팔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질서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약화하는 데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러·우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서방의 단합을 보면서 양국은 미국의 세계 지배력이 더 강화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WSJ는 “둘 사이의 협약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 우위에 선 파트너십이라는 하나의 차이점을 제외하면 냉전 시대의 반(反)서방 파트너십을 그대로 복사할 것”이라고 짚었다.
중·러 관계의 변수는 두 강대국이 가까워진다면 중국이 경제적으로 입을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그간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유럽 국가들이 경제보다 안보에 무게를 두면서 중국에 등을 돌리고 미국과 손을 잡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서방(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민주국가 포함)과 중·러 간 지정학적 경쟁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서방의 단일대오를 굳건히 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부쿠레슈티 나인 정상들과 회담했다. 부쿠레슈티 나인은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9개국이 회원인 동유럽 지역 협력 기구이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에 무력으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합병하자, 이들 나라는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부쿠레슈티 나인을 설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국을 전복시키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도 만났다. WSJ는 “이들 국가는 냉전 당시 소련이 점령했던 곳들로,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