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을 주목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하면서다. 러시아 군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연설도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국 가디언은 20일(이하 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오는 국정연설에서 극도로 강도 높은 내용의 연설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AP뉴스·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도 푸틴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할 것이라는 보도를 잇따라 내놨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러시아 시간 12시(한국시간 21일 오후 6시) 모스크바 중심지의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예정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서구의 대리전으로 본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국영통신사 리아노보스티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서구 테러리스트와 서방 제재에 대한 결과 등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정치분석기관 알폴리틱 설립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영국 가디언에 "푸틴 대통령의 연례연설은 극도로 매파적일 것으로 본다"며 "그는 이 상황을 서방과 러시아간의 전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응하는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온다.
러시아 언론인 세르게이 모르단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은 러시아에 대한 노골적인 굴욕 주기"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유명 파워블로거는 "두 유명 지도자 중 한명(바이든 대통령)만이 키이우에 왔다. 다른 한 명(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에 가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의 맞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연설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나치즘에서 구원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침략에서 구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를 침략할 수 있다고 주장해, 내부 단결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핵무기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항해 핵위협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라디오프리유럽은 "미국 당국자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한편, 같은 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폴란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약 1천㎞ 떨어진 곳에서 몇 시간 새 연달아 나오는 푸틴과 바이든의 연설 내용에 외신들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