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미래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인도… 글로벌 공급망 재점검 할때

2023-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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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공급망 차질의 역사
세계는 공급망과 전쟁을 치렀다. 사실상 2020~2023년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supply chain disruptions)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료품, 가구, 가전, 자동차, 건설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 대부분이 공급망 불안으로 몸살을 앓았다. 다국적 기업들이 원자재나 부품 부족으로 생산과 수출에 차질을 빚었고,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물류, 유통, 운송, 금융 전반에 걸쳐 지연과 혼선이 야기되었다.
 
2020~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공급 쇼크가 찾아왔다. 맥도널드는 우유를 확보하기 어려워 영국 전 지점에서 밀크셰이크를 제외한 바 있고, 영국 호텔그룹 IHG는 인력 부족으로 시트 교체 등과 같은 룸서비스까지 축소한 바 있다.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는 물건이 없어 못 파는 일이 있었다. 이케아는 판매 제품 중 4분의 1가량을 중국에서 가져오는데 공급 차질로 매출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고, 유럽에서는 트럭 운전사가 부족해 물량을 납품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2022~2023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와이어링 하니스(배선뭉치) 공급 중단으로 독일 폭스바겐 공장이 멈춰 서 신차 출시가 지연된 바 있다. 러시아는 세계 팔라듐 생산 중 43.3%를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핵심 소재인 네온과 팔라듐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TSMC와 삼성전자 등의 파운드리 가격도 치솟았고 반도체 공급 부족은 가전제품, 스마트폰, PC 등 내구재 생산에 차질을 가져왔다. 농산물 수급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고 식량가격지수는 역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도네시아는 식용류 수출을 차단하고, 말레이시아는 닭고기 수출을 차단하기도 했다.

 
공급망 재편의 미래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영역을 확대해 왔다. 1972년 2월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중국의 마오쩌둥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두 정상의 악수는 중국의 개방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장면이 되었다. 1979년 양국은 국교를 수립하고,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경제 개발에 나섰다. 세계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치솟았다. 1970년 세계 상품 수출액에서 중국은 0.7%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1년 15.1%로 올라섰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2021년 각각 7.9%, 3.4%로 세계 무역에서 영향력이 축소되었다.

 
[주요국 세계무역 영향력] 

자료 = WTO
주 = 세계 상품수출액(Merchandise exports)에서 각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계 
 

글로벌 공급망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하고 있다. 2019년 구글은 서버 하드웨어 등 일부 생산기지를 말레이시아로 이전했다. 파나소닉은 자동차 스테레오 등 차량용 기기 생산기지를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으로 이전했다. 애플 협력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실제 세계 주요국의 글로벌 공급망(GVC)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과 공급망 차질의 경험 등 영향도 상당하지만 중국보다 더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여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탈중국,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 현상이다.
 
미래 생산기지로 인도가 부상할 전망이다. 2020년대 초반까지는 중국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이전하다가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탈세계화(deglobalization)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미국·유럽 동맹국과 중국·러시아 동맹국 간 갈등으로 중국의 역할은 축소되고 인도는 반사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생산기지로서 잠재력

가장 우선할 인도의 잠재력은 성장 속도에 있다. 인도는 1991년 경제개혁 이후 고속성장을 지속해 왔다. 2000년 들어 세계 GDP 규모 13위 국가가 되었고 2006년 11위, 2011년 10위, 2016년 7위, 2021년 6위로 도약했다. IMF는 2023년 명목GDP 기준으로 인도가 세계 5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2027년 인도의 연평균 성장률이 6.8%로 중국(4.9%)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도로, 에너지, 물류 등 인프라 측면에서 중국이나 베트남과 비교하면 현저히 낙후된 경영 환경이지만 빠른 개발 과정을 거치며 상당한 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인도의 가능성은 인구에서 찾을 수 있다. 유엔은 2023년 인도가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 20세기 후반 고도 성장을 이룬 배경 중 하나가 인구였듯이 향후 인도가 고도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 가지는 시장으로서 가치, 즉 구매력을 의미하고, 둘째는 생산기지로서 가치, 즉 노동력을 의미한다. 특히 중산층이 확대되고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서 생산성도 증대될 것으로 보여 글로벌 공급망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 추계]

[자료 = UN, World Population Projection 2022.]



 
셋째, 인도의 제조업 육성 전략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도는 서비스업에 치우쳐 있었고,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2014년 5월 모디 정부가 출범하고 'Make in India' 정책을 발표하면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법인세 인하, 노동법 정비 등과 같은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도 있지만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전략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인도가 제조기지로서 부족한 평가를 받았던 절대적인 이유가 낙후된 인프라였기 때문이다. 인도 주요 도시를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로 연결하고 현대적인 항만·공항시설과 같은 물류 인프라를 개선함으로써 미래의생산기지로서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국가 인프라 파이프라인(NIP)을 발표하고, 세계 주요국에서 FDI(Foreign Direct Investment·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향후 인도와 미국 간에 FTA가 타결되고 탈중국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추진하면 인도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재점검이 필요하다
영토는 제한적이지만 자원의 영토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 공급망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으로 해서 작은 공격에도 큰 충격을 받은 사례가 이미 여러 번 있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중국발 요소수 대란이 대표적이다. 주요 자원과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국가적 의제로 정하고 나아갈 방안들을 세부화해야 할 때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공급망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고 한다면 내가 변화해야 한다. 탈세계화, 신냉전시대, 보호무역주의, 미·중 패권전쟁 등과 같은 세계경제를 수놓는 움직임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귀결된다. 단기적으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중장기적으로는 인도가 재편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은 생산기지 구축과 신시장 개척 전략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 마련을 위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흥시장 내 주요 기업들과 기술 교류를 확대하거나 FDI에 대한 검토도 진행되어야 하겠다.
 
중국에서 제3국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덧을 중국을 떠나자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한국의 절대적으로 중요한 수출·수입 파트너 국가다. 공급망 재편이라는 것이 한두 달 걸리는 것이 아니고 한두 해 걸리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부터 선 긋고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경제적 교류를 지속하되 제3국에 대한 교류를 강화하는 전략이어야 할 것이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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