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물 부족 위기의 시대…해결사가 될 물산업

2022-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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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돈은 찍어낼 수 있지만, 물은 찍어낼 수 없다. 돈의 중요성은 인식하며 살지만, 물의 중요성은 잊고 지내는 듯하다. 우리 몸의 70%를 구성하는 것,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것, 바로 물이다. 즉 물이 없으면 살 수 없고, 물이 없으면 어떤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물이 부족해지고 있다.
 
세계 물 부족 현상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다. 기후변화, 산업화 및 수질오염으로 지구의 물 부족 현상이 확산하고, 인류는 안전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물 부족 국가에서 하루 동안 물을 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시간이다. 20초마다 수인성 질병으로 1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다. 갠지스강과 파라나강 등 세계 곳곳에서 물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OECD는 2025년에는 52개국 30억명이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세계는 전례 없는 가뭄과 물 부족 사태를 경험했다. 프랑스는 수십 개의 원전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냉각수로 쓸 강물이 부족해서였다. 독일에서는 라인강이 말라붙기도 했다. 독일 물류의 6%를 책임지는 라인강 수운이 멈추고 바스프(BASF) 등과 같은 세계적 화학기업들이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는 폭염과 가뭄이 덮쳤고, 포도 수확량과 와인 생산에 큰 타격을 주었다. 미국의 최대 곡창지대 팜 벨트는 물 부족으로 옥수수가 너무 말라 이삭이 빠지고, 콩 꼬투리는 작아지고 있다. 세계 쌀 무역의 약 40%를 차지하는 인도에서는 강우량이 부족해 모내기가 축소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양쯔강이 마르면서 싼샤댐을 통해 전기를 제공받는 CATL의 배터리공장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반도체 기업들도 공장 가동이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세계는 이미 물로 고충을 겪고 있다. 물 부족 현상뿐만 아니라 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UN은 물 스트레스 수준(Level of Physical Water Stress)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제조업 공업용수, 산업용수 및 가정용수 등의 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상하수도 관리나 해수 담수화 등과 같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가별 물 스트레스 수준 (Level of Physical Water Stress)



 

[1]







OECD는 세계적으로 물 스트레스 수준이 증대되고 있고, 극심한 물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을 물 스트레스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로 판단했다. 한국의 물 스트레스(가용 가능한 수자원 대비 물 수요의 비율)가 40%로 2위 벨기에나 3위 스페인 등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블루 골드’ 물 산업의 부상
물 문제가 커질수록 물 산업은 부상할 수밖에 없다. 세계 인구는 늘어나고 산업이 성장하면서 물 수요는 늘어나는데, 물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세계적으로 재생 가능한 담수량이 줄어들고 있다. 1인당 재생 가능한 담수량이 1962년 1만3407㎥에서 2018년 5658㎥로 감소했다. 한국의 1인당 재생 가능한 담수량도 같은 기간 2446㎥에서 1257㎥로 감소했다.
 

 
 

 

‘블루 골드(Blue Gold)’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과거 석유를 가리켜 ‘블랙 골드(Black Gold)’라고 칭했다면, 21세기는 물의 산업적 가치를 평가하는 용어로 블루 골드가 등장했다. 실제 물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4%를 차지한다(2020년 기준). 전기장비 제조업이 1.6%, 토목건설업이 0.8%, 숙박 및 음식점업이 2.0%, 통신업이 0.9%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미 매우 큰 산업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물 산업 사업체 수가 1만6990개에 달하고, 19만7863명의 근로자가 물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해외진출 사업체도 400개에 달한다.
 
물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물 전문 조사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는 세계 물 산업이 2016년 6824억 달러에서 2021년 8060억 달러로 성장해 왔으며, 2024년 9221억 달러 규모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 산업은 크게 자본투자시장과 운영비용시장으로 구분되고, 고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상수도, 하수도, 수자원개발, 연관산업이 있다. 첫째, 상수도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상수도 플랜트를 설계·건설하는 산업이다. 둘째, 하수도는 하수·폐수를 처리하고 하수도 플랜트를 설계·건설하는 산업이다. 셋째, 수자원개발은 용수용 댐과 지하수를 개발하고, 해수담수화 및 해양 심층수 개발을 포함한다. 넷째, 연관산업에는 기자재, 화학약품, 수처리 필터 등이 있다.

 

 


 
물 부족 위기의 해결사들

화학기업들이 수처리 산업에 뛰어들었다. 과거 수처리 산업은 설비와 시공을 전문으로 했던 건설사나 중공업 기업들의 영역이었다. 근래 들어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과 같은 화학기업들이 수처리 필터를 생산하면서 물 산업에 진출했다. 핵심소재인 필터 제작 기술을 보유한 휴비스, 효성, 코오롱 등의 석유화학 기업들도 수처리 시장에 진출하고, 사업 확장의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해결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기업들이 19세기부터 세계 주요 물 관련 사업을 장악해 왔다. 프랑스의 수에즈(Suez)와 스페인의 악시오나(Acciona)가 대표적이다. 한국 기업이 21세기 세계 물 산업의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원자력 기업 두산에너지빌리티는 이미 1970년대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에 진입했고, 2000년대 들어 대규모 중동 사업을 수주했다. 2022년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400억원 규모의 담수화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GS건설은 2013년에 스페인 수처리 기업 이니마(Inima)를 인수했고, GS이니마는 스페인 폐수처리시설 운영권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2021년 칠레에서 1200억원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준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물 부족의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
 
첨단필터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중견기업 웰크론 그룹의 행보가 주목된다. 웰크론 그룹의 자회사인 웰크론한텍은 산업용 플랜트 전문 기업으로 2010년대 수처리 전문 기업을 인수하면서 물 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웰크론 그룹 이영규 회장은 필자와의 대담에서 “정수와 폐수처리기술을 모두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임을 강조했고, “소형 상하수도 공정 분야를 선도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에너지 공급 방식이 중앙집중식에서 분산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웰크론이 물 부족 시대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 산업, 미래의 반도체로 육성하라
세계 물 산업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중장기 국가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핵심기술 연구개발 분야를 선정하고, 기술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국가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물 산업 R&D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중소·중견기업이 투자를 진행하기에 부담이 큰 연구영역임을 고려해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기업 간의 기술교류를 장려하고, 정부출연연구소·대학과의 협력사업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해외 시장 분석을 통해 중점 육성 분야를 진단하고, 타깃 분야와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등과 같은 세계 각지의 도시건설 사업기회를 선제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나아가 에너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다른 인프라들과의 연결성을 높이고 원격으로 통제가 가능한 디지털 수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미래의 첨단 물 산업을 선점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국의 물 산업이 세계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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