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2023년 한국 경제 ..'비머네스크'가 필요하다

2022-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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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녹록지 않은 경제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안 좋은 선택지 중에 덜 안 좋은 것을 골라야 하는 과정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기업의 투자도 가계의 소비도 억누르는 악조건 중의 악조건이다. 그 어느 때보다 향후 경제를 진중히 판단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가 발간한 <그레이트 리세션 2023년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대응 전략을 함축적으로 담아본다.
 
2023년 한국경제 전망
2022년 국내외 경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국면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제의 흐름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2020년의 변수는 코로나19였고, 2021년의 변수가 백신 보급이었다면, 2022~2023년의 변수는 전쟁이다. 전쟁의 지속 혹은 확전 여부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고, 이는 각국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와 정도를 결정할 것이다.
 
2023년 한국 경제 전망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종식되는지 혹은 걷잡을 수 없을 수준으로 확전되는지 등에 따라서 낙관적 혹은 비관적 전망이 갈릴 것이다.
 
 


 

먼저, 시나리오1은 가장 낙관적인 상황을 전제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022년 연중에 종식될 것을 조건으로 상정했을 때, 국내외 경제는 빠른 속도로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적 격차는 있겠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되고 공급망 불안이 빠른 속도로 해소되면서 글로벌 물가가 빠른 속도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이던 세계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급격히 전환될 것이고, 억눌렸던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 것이다. 공격적 투자 성향이 집중되면서,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자산가치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업들의 신사업 투자와 가계의 소비도 반등할 것이고, 2023년 한국 경제는 2.5%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시나리오2는 중립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023년까지 장기화할 것을 조건으로 상정했을 경우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유지되고, 우크라이나 경작지는 추가적으로 훼손되며,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에너지 위기에 시름하게 될 것이다. 세계의 군사적 긴장감이 글로벌 교역을 둔화시키고, 다국적 기업들은 신사업 진출을 꺼리게 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함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상당 기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압박은 한국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으로 판단되며, 2023년 한국 경제는 1.9% 수준의 부진한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나리오3은 가장 비관적인 상황을 전제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의 군사적 도발이 강화되고 미국의 직접적인 전쟁 개입이 진행되는 등 확전되는 양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러시아와 러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제재가 가해지고, 세계 경제는 이른바 ‘신냉전’ 체제에 이른다.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공급망 위기는 엉킬 대로 엉켜 실마리를 풀기조차 어려워진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함에 따라 주요국들의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다. 몇몇 신흥국들이 외환위기 상황에 놓이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된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자산시장은 급격히 조정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와 구조조정이 일고, 가계의 소비심리는 얼어붙는다. 2023년 한국 경제는 1.4% 수준으로, 몇몇 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가장 안 좋은 국면에 놓일 것으로 전망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와 같은 주요 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체감경기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비머네스크가 필요하다
버머네스크는 어떤 악조건하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뜻하는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멀리뛰기에서 밥 비먼(Bob Beamon)은 계측기의 측정 한계를 넘어선 착지를 한다. 한계치를 벗어났기 때문에 심판과 관계자들은 당황해 20여 분이 흘렀고, 줄자를 찾아 어렵게 기록을 측정해 발표했다. 비먼은 엎드려 눈물을 흘렸고, 관중석에서는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비먼은 8.9m를 뛰었고, 2위 기록(8.19m)을 71㎝나 초과했다.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고, 그 후 23년 동안 깨지지 않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당시 비먼은 세계 신기록 보유자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어 있었고, 이틀간의 예선을 간신히 통과할 만큼 성적이 좋지 못했다. 예선에서 실격 직전까지 가면서 결승전에 나가지 못할 뻔했다가 가까스로 결승진출 자격을 따냈다. 결선에서의 경쟁자들은 모두 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세계기록 보유자였다. 극도로 무기력해져 있었고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더욱이 경기 전날 과한 스트레스로 술도 마셨던 터였다. 

 

[비머네스크(Beamonesque) (사진 출처=IOC)]

 
결선의 점프를 앞두고 매우 초조해 있던 비먼에게 동료가 건넨 말이 있었다. 당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랄프 보스턴(Ralph Boston)은 이렇게 말했다. “Your legs have never been as strong as they are right now. Your body weighs nothing. Your mind has wings. Use them! Fly up! Fly out!” “지금 너의 다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해. 지금 이 순간 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 네 마음엔 날개가 달려 있어. 그것을 사용해서 힘껏 날아오르라고!”
 
중력을 저항하게 하는 보스턴의 조언이 필요하다. 어떻게 대응할지를 모색해 2023년의 비머네스크를 만들어 보자.
 
2023년 그레이트 리세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수출 촉진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한국의 수출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외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신시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장 특성별 차별화 전략 및 신시장 개척 방안 등에 관한 방법론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반도체를 비롯한 배터리, 디스플레이, 청정에너지 등과 같은 주력산업의 기술 및 인적교류를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을 선점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만 한다. 식료품 원자재를 비롯한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수급난을 고려해 해외자원개발사업 및 자원 외교를 추진하는 것도 늦출 수 없다.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일에 게을리함이 없어야 한다. 양떼는 먹잇감만을 찾아 풀이 많은 곳으로 움직이지만, 정부는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양들을 인도해야 한다. 물가는 치솟고 소득은 불안정한 어려운 국면에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계층에게 어떤 지원을 제공해야 할지를 고심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전략도 기민해야 한다. 공급망 안정화를 이루어야 한다. 탈세계화가 진전되고, 블록경제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둘러싼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될 위험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이 강화되고, 미국-유럽 동맹국과의 갈등과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고,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자재 조달이나 제품 수출 등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게 의존적이지 않도록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기업의 구매담당 부서는 IPEF 참여국들을 중심으로 소재 공급처를 확보하는 등 사전 대응에 나서야 한다.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나가는 것도 필수적이겠다.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등과 같은 변화 속에서 위험요인을 직시하고, 기회요인을 빠르게 포착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방향을 포착하고 변화를 선도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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