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복합위기 '경고등' .. 허리띠 졸라매되 과도한 불안은 금물

2022-09-1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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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국가 부도 오는가? 경제가 너무 안 좋다 안 좋다 하니, ‘IMF 외환위기’ 다시 오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과도한 낙관도 좋지 않지만, 과도한 불안도 적절치 않다. 한국경제가 처한 여건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국가 부도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해 보는 것도 중요한 숙제일 것이다.
 
복합위기 경고등

24년 만의 고물가, 66년 만의 무역적자, 14년 만의 고환율, 28년 만의 미국 자이언트 스텝…… 위기 때나 겪을 수 있던 징조들이 복합적으로 쏟아졌다. 이 와중에 미·중 패권전쟁은 격화되고, 에너지 위기와 기후위기까지 들이닥쳤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우리 주력산업의 수출길이 막힐 지경이다.
 
추경호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는 “복합위기가 시작됐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진정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2022년 6월 14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은 이제 본격적으로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연속 4개월 소매판매가 준 적은 있지만, 5개월 연속 감소는 사상 처음이다. GDP를 구성하는 4대 요소 즉 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 등 모두 위험 신호에 놓여 있다.

 
외환위기 가능성 진단

위기상황에 놓여 있으므로, 국가 부도로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을 때 자금유출이 강할 것이라는 추측은 상식선에서도 타당해 보이지만, 기준금리 역전만으로 자금유출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실제 외국인 자금 유출입은 내외 기준금리 차 외에도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었던 기간에 공통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었던 것만은 아니다. 2005~2007년에는 약 21.9조원의 외국인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지만, 2018~2020년이나 2022년에는 각각 약 16.6조원, 5.9조원의 순유입이 일어났다. 오히려, 기준금리 역전이 시작되기 6개월 전부터 자금유출이 집중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돈의 이동은 심리이고, 선행성이 있다. 즉, 투자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미리 가늠하고, 돈을 이동시켜 왔던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2022~2023년 기간에는 추가적인 자금유출이 있을 것이라 예단할 수 없고, 이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이라 판단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 외국인 자금 유출입

 

 

 
둘째,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자. 강달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외환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달러화 매도에 나섰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2021년 말 약 4631억 달러에서 2022년 7월 말 약 4386억 달러로 줄었다. 향후에도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외환당국의 개입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급등락하는 불안정한 외환시장 환경에서는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안정화하기 때문이다.
 
2008년에도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었고, 한국경제가 급격히 둔화했지만, 외환위기 상황에 놓이진 않았다. 외환보유액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것이 한가지 이유였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2022년 6월 기준)으로 IMF 외환위기 당시와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향후 외환보유액이 추가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로 인해 외환위기가 올 것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를 찾기는 부족함이 있다고 본다.

                    
  
                      외환보유액 추이

     

[
[외환보유액(foreign exchange holdings)은 한 나라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외화자금을 의미한다. 국가의 비상자금으로서 안전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긴급사태 발생으로 금융회사 등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해 대외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하는 최후의 보루(last resort) 기능을 한다] 
         


 
셋째, 대외채무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보자. 외환위기는 외국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발생한다. 최근 대외채권은 줄고 대외채무는 늘고 있다. 순대외채권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한국은 순채무국이었고, 2000년대 순채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순대외채권의 규모면에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채(대외채무)가 늘고 있을지라도,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외채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단기 외채 비중은 38.4%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단기 외채가 많을 경우, 급격한 자금유출로 인해 대외지급자금이 부족하게 될 수 있고, 국가 지급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1990년대 기업들이 과도한 외채에 의존해 무분별한 투자를 집중했던 기간과 2020년도 기업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시점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 대외채무(Foreign Liabilities)는 한 나라의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미래 특정 시점에 금융 원금 또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확정채무잔액을 뜻한다. 반대로 대외채권은 한 나라의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원금 또는 이자를 회수하게 될 확정채권잔액을 뜻한다. 순대외채권은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값이다. 순채권국은 외국에서 빌려온 돈(외채)보다 외국에 빌려준 돈(대외채권)이 더 많은 나라를 뜻하고, 반대의 경우 순채무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 등 대외지급능력을 판단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 대외채무(Foreign Liabilities)는 한 나라의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미래 특정 시점에 금융 원금 또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확정채무잔액을 뜻한다. 반대로 대외채권은 한 나라의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원금 또는 이자를 회수하게 될 확정채권잔액을 뜻한다. 순대외채권은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값이다. 순채권국은 외국에서 빌려온 돈(외채)보다 외국에 빌려준 돈(대외채권)이 더 많은 나라를 뜻하고, 반대의 경우 순채무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 등 대외지급능력을 판단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긴장감을 늦추면 안 되는 이유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실제 위기가 오지 않을 것 같다. 인식하지 못할 때 실제 위기가 오는 법이다. 위기감을 느끼고 몸을 움츠리듯, 기업들이 무분별한 투자를 줄이거나 가계가 소비지출을 아끼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낙관하자는 뜻이 아니다. 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긴장감을 느끼되 과도한 불안은 피하자는 것이다.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외환위기는 아니지만, 외환건전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고, 원자재 가격이 언제든 급등할 채비를 하는 듯하다.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데 고착화할 위험에 있다. 나름 견고했던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무너질 수 있다. 더구나 주변 신흥국들의 불안은 한국에 추가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이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금리 차가 더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출될 수 있다.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1996년 당시에도 위기의 조짐은 나타났다. 수출액은 감소하고, 대외 채무는 폭증하며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구조 개선을 단행하지 않고 과다한 외채를 끌어와 과잉투자를 벌였다. 스스로 구조 개선을 하지 않았고, IMF에 의해 구조 개선을 당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사업확장보다는 축소가 필요하다. 매출을 늘리기보다 비용을 감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유실되고 있는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대외채무를 줄이고, 취약 신흥국들로부터 위험이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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