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가 수백억 원 손실을 감수하며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 시공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 잔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잔뜩 얼어붙은 가운데 미상환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해당 사업 리스크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실(국민의힘)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금융권(카드사 제외)에 걸쳐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4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9개월 전인 2021년 말(4838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현재 금융권은 지방 사업장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미착공 현장에서 시공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시공 중단 사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시공권을 포기해 브리지론 사업장이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면 사업에 자금을 융통한 금융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도급 순위 6위인 대우건설이 브리지론까지 참여했던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에 대한 대위변제를 진행하며 시공사 지위를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 영향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권 건전성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과도한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부동산 시장 불안이 금융 시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을 올해 주요 업무과제로 설정하고 건전성 관리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발표한 2023년 업무계획을 통해 각 권역별로 분류돼 온 부동산 PF 관리 체계를 사업장 단위로 개편하고 주택·상업용 시설 등 PF 개발사업 유형과 공정률 등 진행 상황에 대한 분석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단계별, 투자 형태별 리스크 특성을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에 반영하는 한편 부실 사업장에 대해 자율적인 정리를 유도하는 PF 대주단 협의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창현 의원은 "전 금융업권 부동산 PF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며 "당국은 사업장 단위로 정기점검을 실시해 정상 PF에는 원활한 자금 지원에 나서는 한편 부실 PF에 대해서는 자산 매입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