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에서만 33년 외길을 걸어온 정통 '기업은행맨'이다. 그는 기업은행의 기획·전략을 총괄하는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회사 내 대표 '전략통'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전무이사로 올라설 당시 일각에서는 윤종원 전 은행장의 '예스맨'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김 행장은 이런 평가를 뒤집고 3년 만에 환영받는 행장으로 올라섰다. 특히 김 행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국책은행장으로서 복합위기 돌파를 위해 정책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김 행장은 1962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대전상고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핀란드 헬싱키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1989년 기업은행 공채로 입행해 미래기획실장, 종합기획부장, 마케팅전략부장, 부산·울산지역본부장, 경동지역본부장,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 IBK캐피탈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김 행장은 기획과 전략 감각을 지닌 금융인이다. 마케팅전략부장, 경영전략그룹장 등 오랜 기간 은행의 기획·전략을 총괄하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 향후 기업은행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김 행장은 과거 경영전략그룹장으로 역임할 당시 '동반자 금융'을 테마로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이때 단순 자금공급을 넘어 기업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능동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지속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업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김 행장은 연고가 없는 부산·울산지역본부장을 1년 역임할 때도 짧은 기간 동안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지 고객들과 소통했고, 현재에도 현지 고객들과 스스럼없이 안부를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도 김 행장의 이런 강점들에 주목했다. 금융위는 김 행장에 대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소비자 중심 업무 관행 등 기업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기여했다"면서 "내부 출신 행장으로서 안정적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은행의 핵심 목표를 충실히 이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김 행장은 올해 경기 침체 위기를 앞두고 무엇보다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금리 어려움에 부닥친 중소기업들의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 행장은 "60여년 변화의 파고 속에서 기업은행은 생산성을 높이고 정책금융을 선도해왔다. 다시 그 힘을 보여줄 때"라며 "중소기업 금융의 핵심가치를 지속해서 강화하고, 중소기업이 대한민국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마중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는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과 비금융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래 유망 사업에는 장기적으로 모험자본을 적극 제공하고, 성장 체계화를 통해 발전된 기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직 혁신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으면서도,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는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이자수익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해야 하는 것이 김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에 기업은행은 최근 '전략방향 수립 및 조직진단'을 위한 외부 컨설팅 모집에 나섰다. 김 행장은 비이자수익과 관련한 주요 부문의 진단과 전략방향 수립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