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9일 열린 '주식양도 소송' 항소심에서 한앤코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유업 인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에서도 소송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원이 홍원식 회장 측의 상고를 기각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는 만큼 매각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의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로나19 억제효과가 있다"며 홍보하다 역풍을 맞은 '불가리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홍 회장은 경영권 매각을 택했다. 매각 금액은 3107억원이다.
이날 오후 2시에 진행된 항소심 재판부는 한앤코가 홍 회장 일가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번 항소심은 홍 회장 측이 그동안 제기된 사안과 관련해 기존 판결을 뒤엎을 만한 새로운 증거나 주장을 제기하느냐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이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결국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두 회사가 2021년 5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21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홍 회장 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변론 종결 이후에 피고인 측에서 변론을 재개해달라는 신청을 여러 번 제출해 구체적으로 검토했지만 변론을 재개할 만한 사유는 없다”고 피고 측 항소를 기각했다.
홍 회장 측은 즉각 2심 판결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 측은 “이번 사건에 있어 충분히 심리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즉각 상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최종심까지 변수가 없는 한, 한앤코 승리로 끝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미 1심, 2심 재판부 모두 홍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대법원이 홍 회장 측 상고를 기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예상보다 빨리 소송이 종결돼 한앤코의 남양유업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1심과 2심 재판부가 같은 결론을 낸 만큼 대법원에서 홍 회장 측의 상고를 기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이번 경영권 분쟁은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정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앤코의 인수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우선 과제는 경영 정상화다.
한편, 소송전이 장기화하자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0년 '매출 1조원 벽'이 무너졌다. 2018년 1조797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3년 만인 2021년 9561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7226억원으로 매출 1조원 달성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2021년 기준 영업손실액은 779억원에 달하며 작년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60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