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민생 챙기는 국회? 규제혁파 입법부터 처리하자

2023-02-09 06:00
  • 글자크기 설정

[신세돈 교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3년도 더 지났다. 감염자만 3000만명을 넘겼고 사망자도 3만3000명을 웃돌면서 엄청난 경제·사회·심리적 충격을 주었던 코로나 팬데믹의 악몽이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가 완화되고 일상생활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서서히 걷히는 분위기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19년 이후 3년 동안 우리 경제는 성장했다. 첫해인 2020년 약 0.7% 역성장을 겪은 뒤 곧바로 2021년 4.1%, 그리고 2022년 2.6%(속보치) 성장하면서 3년 동안 실질GDP는 1853조원(2015년 가격)에서 1965조원으로 약 6% 성장했다. 3년 동안 6% 이상 성장한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 성과는 평가받을 만하다.
 
지난 3년 동안 제조업은 7.1%, 그리고 서비스업은 7.2% 성장했고 오직 농림어업만 3.0% 역성장했다. 지난 3년간 제조업 성장을 주도한 업종은 같은 기간 약 28.0% 성장(추계)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이었다. 이 업종이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5%인데 이 산업이 2022년까지 약 28% 성장했으므로 제조업에 대한 성장기여도는 9.8%포인트가 되어 전체 제조업 성장률을 넘어선다. 그 말은 대부분의 나머지 제조업은 역성장했다는 뜻이다. 2019년을 100으로 볼 때 2022년 실질생산이 더 낮을 것으로 추계되는 업종들로는 금속가공 제조업 79.5, 코크스석유 정제업 90.6, 섬유 가죽제품 제조업 92.5, 목재종이인쇄업 94.2, 기타제조업 95.0, 비금속광물제조업 97.0, 1차금속제조업 98.1 등이 그에 해당된다. 자동차가 포함되는 운송장비업은 2022년 실질생산이 2019년 수준과 같은 100으로 추정되었다. 결국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과 기계 및 장비제조업 112.5,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 103.7 그리고 음식료품 제조업 105.3을 제외한 모든 제조업의 실질생산은 2019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7.2% 실질 성장한 서비스산업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산업 성장을 주도한 산업은 19.6% 성장한 금융보험업과 15.1% 성장한 정보통신업 그리고 13.3% 성장한 의료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다. 나머지 대부분 서비스업종은 2019년보다 못하다. 2019년을 100으로 볼 때 건설업 96.3, 운수업 95.0,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 95.3으로 2019년보다 실질생산이 낮다. 건설업 중에서도 전문건설업은 77.7, 토목건설업은 81.3으로 특히 사정이 좋지 않다.

대부분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실질생산이 2019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로 상당수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 취업 인력이 직장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2019년 12월 말 447만6000명에서 3년 뒤인 2022년 12월 448만9000명으로 1만3000명, 0.3%밖에 늘지 않았다. 3년 동안 실질생산이 7.1% 성장했지만 고용은 거의 증가하지 못한 셈인데 많은 제조업종에서는 고용이 2019년에 비해 상당 폭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에서 이탈한 노동력은 대부분 30대와 40대일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3년 동안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21만6000명과 22만7000명 줄었다. 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업종이 있다. 도소매업, 금융보험업, 예술스포츠 문화산업이 그렇다. 도소매업 일자리가 35만개 없어졌고 금융보험업에서는 11만5000개 그리고 예술스포츠산업에서도 5만8000개 없어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이탈한 이들이 재취업을 했다면 그것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종, 특히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개인서비스업이나 운수업이나 사회복지서비스업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임시 혹은 일용근로자로 전락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2019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반적인 고용의 양과 질이 크게 악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둘째로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제조업체나 서비스업체가 치명적인 경쟁력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 불경기를 3년 겪으면서 기술력 없는 인력은 물론 기술력 있는 종사자마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빠져 나가면서 생산 설비가 오랫동안 가동을 하지 못해 노후되고 심각한 경쟁력 손실을 겪은 업체들이 유령화·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22년에 닥친 고금리 및 글로벌 경기 침체로 더욱 취약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취약 기업들은 이미 도태되었거나 잠재적 도태 기업으로 상존하면서 경제 활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우려된다.
 
셋째로 금융기관 채권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3년 동안 가계부채가 급등한 것은 물론 기업 부채도 크게 늘어났다. 그동안 침체되었던 건설업과 부동산업은 물론 최근 수출이 부진하면서 대표적인 수출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는 것도 걱정 중에 하나다. 코로나 위기에 버팀목이었던 반도체·전자산업 수출마저 가라앉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이 고조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포스트 코로나 위기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확실한 것은 위기 돌파의 주역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라는 점이다.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재정을 무분별하게 살포하는 것은 재정 형편상 불가능하기도 하고 또 인플레이션 촉진 우려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전방위적 감세정책을 도입할 형편도 안 된다. 유일한 해법은 내외 민간 기업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옭아매고 있는 규제를 풀어주는 일이다. 1980년대 미국처럼 규제 철폐를 통한 공급주의 경제학을 도입할 때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2022년 6월 22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첫째 정책 목표를 ‘민간 중심 역동경제’로 잡고 그 첫째 항목으로 ‘규제 혁파’로 설정한 바가 있다. 대단히 옳은 방향 설정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그 아래에 경제규제혁신TF, 규제혁신추진단, 각 부처별 TF 등 여러 기구와 조직을 설치했다. 이런 여러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주기적으로 성과를 평가·점검하고 문제점을 발굴하여 그 개선 방안을 꾸준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게 물 흘러가듯 꾸준히 안 되면 무슨 조직이나 기구도 쓸모가 별로 없게 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법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규제 혁파 노력에 최대 걸림돌은 국회의 기존 입법 체계다. 덩어리 규제에 대한 원샷 해결이나 지방정부로 규제 권한 이전, 시대에 걸맞은 규제 재정비 등 정부의 모든 노력들이 국회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진정으로 민생을 걱정하는 국회라면 정부의 규제 혁파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