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월 첫째 주부터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물가상승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주된 원인으로 진단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지지율 34%...설 연휴 전 대비 2%p 하락
최근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3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56%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외는 의견을 유보했다.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설 연휴 전보다 2%포인트(p) 떨어졌다.
직무 긍정률은 지난해 취임 초 50%대였으나 그해 8월 초와 9월 말 두 차례 24%까지 하락했다. 10~11월에는 평균 29%에 머물다 12월 들어 상승했다. 두 달째 긍정률 30%대 중반, 부정률 50%대 중반이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외교'(13%), '공정·정의·원칙'(8%), '경제·민생', '결단력·추진력·뚝심'(이상 6%), '국방·안보', '노조 대응'(이상 5%), '부정부패·비리 척결', '서민 정책·복지', '전반적으로 잘한다', '전 정권 극복', '변화·쇄신'(이상 4%) 순으로 나타났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는 '경제·민생·물가'(15%), '외교'(14%), '소통 미흡', '독단적·일방적'(이상 7%), '경험·자질 부족·무능함'(6%), '발언 부주의'(4%),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통합·협치 부족', '서민 정책·복지'(이상 3%)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주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물가 인상 등 경제 관련 언급이 늘었다.
“국민들, UAE 외교 성과 체감 못해...리더십 부족도 커”
긍정평가 이유로 '외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데에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서 300억 달러 투자 유치를 따낸 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용호 인하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외교적 성과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외교 성과는 국민보다는 기업이 더 많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김 교수는 이어 "물가 상승도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이겠지만 무엇보다 부족한 것은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리더십"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난방비 폭탄 외 최근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에 대한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정치 공세를 이유로 들었다. 김 교수는 "나 전 의원에 이어 안 의원까지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라며 "윤 대통령이 항상 강조하던 공정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밖에 새해 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은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지지 정당 비율은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34%,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 26%, 정의당 5%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 40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50%대 초반이며 20대 절반가량은 무당층이다.
한편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무선(95%)·유선(5%)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8.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