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됐던 ‘돈맥경화’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 돈이 다시 몰리고 있고, 정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 대책 등이 추가로 나오는 등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그간 자금경색 우려로 주가가 제한됐던 증권주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22일 대신증권과 언론 보도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진행된 12개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KT △이마트 △포스코 △LG유플러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계획한 채권 발행 규모 대비 4배~10배의 자금이 몰렸다. 유일한 증권사인 한국금융지주에는 당초 발행계획 규모인 3000억원의 두 배 규모인 7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렸다.
기업공개(IPO)도 이어질 전망이다. 1분기 중에는 오아시스를 비롯해 12개 기업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가 바뀌었고, 자산운용은 멈출 수 없기에 연기금 등이 다시 투자를 재개했”며 “증권사의 기업어음(CP) 금리도 4% 초반대로 지난해 고점 대비 무려 156bp(1bp=0.01%포인트)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자금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채 흥행은 대부분 대기업이고 금융권이 부동산 PF를 재개한다지만 대부분 분양이 보증된 초우량 사업장에 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오아시스의 기업공개는 당초 기대했던 공모가보다 낮아졌다.
박 연구원은 “대부분 금융사 및 운용사의 리스크 관리가 상당히 강화됐을 것이고 자금은 우량자산에 더욱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연내 지속될 것”이라며 “몇몇 중소형사의 기존 PF딜 부실화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대부분 조달이 단기로 이뤄지는 증권사들의 CP금리가 안정된 점에서 증권주를 지배했던 유동성 공포는 한 풀 꺾인 듯 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을 둘러싼 환경은 최악은 지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순이익은 작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금리 인상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고, 시장 금리는 그 보다 먼저 반응하여 안정화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유동성이 조금씩 공급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권사 실적은 녹록치 않겠으나 하반기 순이익은 2022년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으로 증권업 지수는 실적이 아닌 거래대금 혹은 지수를 선반영하는 측면이 강했다”며 “거래대금이 증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나 최근 코스피 지수는 대형주가 견인하는 상승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증권주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강세, 금리 인상 종료 시점 임박 등 외국인 수급 개선 요인이 마련되어 있다”며 “코스피 지수 흐름이 당분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증권주 이에 편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