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 20%까지 낮췄던 법정 최고금리를 다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최고금리를 낮췄으나, 되레 자금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최고금리 인상은 고금리 시대에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를 최대 27.9%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서 시행령만 고치면 법정 최고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면서 "다만, 현재 국회 내에도 최고금리와 관련한 다수의 법률안이 발의돼 있어 행정부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방향을 잡고 나면 국회와도 협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고금리를 명시한 대부업법은 지난 2002년 10월 최고금리를 연 66%로 정하고 7차례 인하를 거쳤다. 현재 대부업법엔 최고금리가 27.9%로 명시돼 있지만, 대통령령으로 연 20%까지 낮췄다. 그래서 최고금리는 연 20%지만, 시행령만 고치면 대부업법에 명시된 27.9%로 인상할 수 있다.
현재 금융위가 고려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시행령을 개정해 최고 금리를 상향하는 안으로, 대부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고금리 27.9% 이내에서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두 번째 안은 지표금리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움직일 수 있는 '연동제' 안이다. 변동성이 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지표금리로 두고, 기준금리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안을 말한다. 이때 상한은 대부업법에서 규정하는 최대 금리인 27.9%로 두고, 기준금리가 0%일 때 받을 수 있는 하한선도 20%로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시행령을 바꾼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금리 조정에 나서는 것은 최근 금리인상기 속 제도권에서 저신용·저소득층의 대출 절벽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가파른 금리인상기 속 조달금리가 계속 오르자 대부업계는 신규 대출 취급을 줄이고 있고, 지난달 26일 대부업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결국 신규 대출 중단까지 선언했다.
그러나, 최고금리 인상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가계부채 비율에 더해 다중·취약채무자 리스크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법정최고이자율이 낮아지면서 대부이용자의 평균 신용금리도 떨어지고 있지만, 법정금리가 올라서면 재차 고금리에 시달릴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현행 연 20% 이자율도 낮지 않은 이자율인데, 최근 불경기를 감안한다면 이러한 높은 이자 조건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운 이들은 그 이상 금리로 대출이 실행된다고 하더라도 갚을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추후 무수한 채무불이행 발생과 서민 생계 파탄이라는 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