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외교부와 한·일 의원연맹은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가 강제징용 최종안을 발표하기 전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는 사실상 마지막 자리로 전해졌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토론회에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네 차례 진행한 민관협의회와 이를 기반으로 일본과 협의한 경과 등을 설명한다.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 이사장도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한 발제를 맡을 예정이다.
재단은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이행하는 주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재단이 한국 기업 등으로부터 출연받은 재원으로 배상금 대신 변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른바 병존적 채무인수안이다. 실제 재단은 피해자 보상·변제 역할을 하도록 정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토론회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과 지원단체 관계자들도 고심 끝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병존적 채무인수안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우세해 정부와 해법에 대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피해자 측은 일본 피고 기업 재원 조성 참여와 일본 정부·기업 사죄를 '마지노선'으로 제시 중이다.
일본이 병존적 채무인수안에 호응할지도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지금껏 보여온 입장을 고려할 때 이들의 배상금 재원 조성 참여나 사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일본 측은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 제공한 5억 달러 유·무상 경제협력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대법원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일본제철·미쓰비시도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도 피해자 측과 배상 협의를 거부해왔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가 오는 5월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 초청 문제를 '강제징용 해법을 향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셈법은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7일 "향후 한국 측의 행보를 지켜본 뒤 초청 여부를 최종 판단할 태세"라며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윤 정권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배려가 두드러진 문재인 전 정권의 방침에서 전환, 대·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측도 정상회의 참가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어 실현되면 연계 강화를 국내외에 드러낼 좋은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G7 초청을 조건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