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선종한 가운데 세계 각국 정상이 잇따라 애도를 표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교황청은 이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95세를 일기로 선종했다고 발표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베네딕토 전 교황의 구체적인 사인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고령으로 인한 질병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 세계 각국 지도자 애도 물결
바이든 대통령은 생전 베네딕토 16세와의 만남도 회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8년 베네딕토 16세가 백악관을 방문해 "모든 사람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려면 세계 각국이 연대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한 것을 회상했다.
미국 정치계의 대표적 천주교 신자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성명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펠로시 의장은 "(남편) 폴과 나는 동료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헌신과 학문, 희망으로 모든 신앙인을 움직인 세계적인 지도자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애도한다”고 전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소식을 듣고 슬픔에 빠졌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위대한 신학자로서 영국을 방문한 2010년은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모든 이에게 평화를 전파하고, 성공회와 가톨릭 간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끊임없이 애썼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각국 정상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 대통령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탁월한 신학자이며 진리의 옹호자"라고 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신앙과 이성의 거인'"이라며 "역사가 그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위대한 신학자 vs 성직자 성학대 은폐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향한 비판도 남아 있다. 보수적 신학자로서의 업적과는 별개로 일부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독일 출신으로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보수 신학자로서 가톨릭 신앙의 정통성을 수호왔다. 1977년 뮌헨 대교구 교구장 추기경이 된 뒤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발탁됐다. 신앙교리성은 '바티칸의 종교재판소'로 알려진 곳이다. 당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신의 로트와일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3년 2월까지 교황을 역임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최대 비판은 천주교 내부의 성추행 사건 및 부패 논란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과거 뮌헨 대교구장 재임시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학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2년에는 교황의 수행비서인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교황청의 부패와 권력 투쟁을 보여주는 문서를 유출하면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