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펠레 잠들다…"양말 차던 맨발 소년, 혁명 일으켜"

펠레 [사진=EPA·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세기의 스포츠 영웅이자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가 향년 82세로 사망했다. 세 번의 월드컵 우승 기록을 세운 축구계의 전설이자, 브라질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외신들은 평했다.
 

번쩍 든 오른손 주먹…전 세계 팬 마음에 생생

펠레 앞에는 항상 ‘아름다운’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타임지는 “그의 우아한 동작, 매혹적인 움직임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그는 스포츠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했다. 빠른 속도와 기술 모두를 겸비한 그는 ‘삼바 축구’의 전형이었다.
 
브라질에서 그는 영웅이었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나는 브라질의 젊은 세대가 누리지 못했던 특권을 누렸다"며 "경기장에서 펠레가 축구를 하는 것을 직접 내 눈으로 봤다. 그는 그냥 경기를 한 게 아니라 멋진 쇼를 보여줬다"고 애도했다.
 

펠레는 지난해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합병증으로 지난달 입원했고 건강 악화로 사망했다.
 
펠레는 브라질 클럽 산투스와 브라질 국가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였다. 그는 브라질을 축구 세계의 정점으로 이끌었고, 스포츠계의 글로벌 대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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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브라질의 트레스 코라코에스에서 태어난 펠레는 어린 시절 양말을 뭉쳐 만든 공을 맨발로 차면서 축구 스타의 꿈을 키웠다. 그의 아버지는 무명 축구선수였고, 펠레는 가난 때문에 구두닦이로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축구 재능은 남달랐다. 펠레의 재능은 11살 때부터 주목받았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지역 프로 선수가 그를 산투스의 유소년팀으로 데려갔고, 1956년 16세의 나이에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인 바우데마르 지부리투의 추천으로 브라질 명문 산투스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37골을 넣으며 바로 득점왕에 올랐다.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957년 17세 최연소 선수로 국가대표가 됐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두 골을 넣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1962년, 1970년에도 브라질을 월드컵 우승국으로 이끌었다. 월드컵을 3차례 우승으로 이끈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만이 펠레와 함께 언급될 수 있을 뿐이다.

타임지는 “등 번호 10번을 단 노란색 브라질 국가 대표 유니폼을 입은 펠레의 이미지는 여전히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는 생생하다”며 “오른손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골 세리머니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펠레는 생애 통산 1363경기에 출전해 1281골을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2년에 펠레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선정했고, 국제 올림픽 위원회는 1999년에 그를 ”세기의 선수”로 선정했다.
 

내전까지 멈추게 한 '명성'…"가난한 사람 옹호했다"

펠레의 명성은 엄청났다. 1967년 내전 중인 나이지리아에서 그가 친선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파벌들이 짧은 휴전 협정에 동의한 일화는 유명하다. 1997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펠레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다.

펠레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그에게 먼저 악수를 청한 것 역시 알려진 일화다. 레이건 대통령은 “제 이름은 로널드 레이건이다. 저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다”라며 “하지만 모두가 당신이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펠레 당신은 본인이 누구인지 밝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펠레는 축구 인생 대부분을 브라질 리그에서 보냈다. 유럽 구단들이 그를 영입하고 싶어했으나 브라질 정부는 “펠레는 국보”라며 이를 모두 막았다. 1975년 뉴욕 코스모스팀에 입단한 게 유일한 해외 경험이다. 펠레는 1977년 코스모스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3시즌 동안 64골을 기록했다. 1977년 10월 1일 미국 뉴저지에서 뛴 그의 마지막 경기 때 약 7만7000명에 달하는 군중이 모였다.
 
축구 인생을 마감한 후 펠레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는 정치가이자 브라질의 체육부 특별 장관이자 부유한 사업가이자 유네스코와 유엔의 대사였다. 그는 자신의 명성을 통해 브라질의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는 “펠레는 축구를 예술로, 오락으로, 의미 있는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었다”며 “가난한 사람들과 흑인들을 옹호했고 무엇보다도 브라질을 세계의 시선 속에 올려놓았다. 축구와 조국을 모두 높이 올려놓은 진정한 황제”라고 애도했다.
 
펠레는 그의 아들이 마약 관련 혐의로 체포됐을 때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사생활도 복잡한 편이었다. 펠레는 혼외 자식인 두 딸과 두 번의 결혼을 통해 얻은 다섯 자녀 등이 있다. 2016년 사업가인 일본계 브라질인 마르시아 시벨리 아오키와 결혼한 후 정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