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대차 시장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월세 선호 현상이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고금리 여파로 전세대출 금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당분간 그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월세로 몰리는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도 증가 추세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12월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9만2146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21만8873건 중 42%를 차지했다.
월세 비중은 2020년 31.4%에서 지난해 38.5%로 늘었고 올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최근 '빌라왕' 사망사건을 계기로 이슈가 된 전세사기 우려도 월세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는 최근 보증금 반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이 꺼리는 경향도 있다"며 "만기가 됐는데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해 이사를 나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그나마 보증금이 적은 월세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리스크에 대처하기 쉬워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월 1000만원 이상 고가 월세 계약도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 1000만원 이상 월세계약은 132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54건) 대비 2.4배 증가했다.
올해 최고가 월세는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으로 지난 3월 전용면적 273.96㎡(6층)이 보증금 4억원, 월세 4000만원에 거래됐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는 올해 2000만원 월세 계약이 7건 체결됐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방배동 '베네세레 전용 242.63㎡(3층)'는 보증금 없이 월세 105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이러한 고가 월세 증가 추세는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일반인보다는 연예인·의사 등 고소득자들이 선호하고 경기 흐름을 덜 타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성수동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월세를 1000만원 이상 내는 사람들은 자금이 상당히 넉넉한 편이어서 고가 월세는 나름대로 꾸준한 시장"이라며 "고가 아파트는 수요와 공급이 한정돼 있는 만큼 시장 경기 흐름보다는 특수성이 많이 작용하는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