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언어는 인권이다'라는 말의 중요성

2022-12-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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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세계화의 흐름 속에 외국어 같은 어려운 말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외국어를 직관적으로 아는 것은 힘들다. “추운 겨울 도로의 ‘블랙아이스’를 조심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블랙아이스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도로의 살얼음을 조심하라“는 말은 바로 이해가 가능하다.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나 공공기관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경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쓰는 정부 문서, 민원서류 양식, 게시문, 법령, 판결문, 홍보문, 대국민 담화 등이 해당된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2021년 10월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어려운 공공언어 개선의 ‘공익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추정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공공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연간 3375억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공익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용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게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점이다.

2017년 ‘언어는 인권이다‘라는 책을 쓴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언어는 인권이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인권의 핵심적인 의미는 알 권리다. 알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언어는 생명·안전·보건·복지 등을 다루는 말이다. 안전과 생명에 관한 말은 알아들을 수 있게 보장해 줘야 한다”라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한글문화연대가 자동제세동기 대신 자동 심장충격기로 스크린 도어 대신 안전문으로 바꾸기 위해 관계 기관을 분주히 뛰어다니는 것이 이해가 됐다. 누군가에게는 비슷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안전을 지키는 소중한 말이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우리말 역시 점점 주목받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서 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고민을 하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 전체가 우리말 사용의 중요성에 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더 나아가 이를 일상에서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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