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존립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라며 “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적합업종 제도의 무용론이 나오는 데 대해 재차 반론을 편 것이다.
오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대리운전업 등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지만, 세부 운영 기준을 만들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도록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동반위는 지난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도 도입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에도 “중소상공인을 위한 최후의 사회적 합의 보호망”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다만 적합업종 제도 관련 실효성 논의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위는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 위원장은 “특정 업종이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면 동반위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합업종을 지정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며 “해당 업종이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가를 우선 검토하고 대기업과 상생 가능성, 소비자 후생 등을 따져 한시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할 때 적합업종을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 위원장은 적합업종 지정은 최후의 보루, 즉 차선책이며 대‧중소기업 간 상생 관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중소기업계가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신청했으나 대기업계와 합의 끝에 상생협약 체결에 도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 스타벅스와 중소 카페, 한솔제지와 중소 인쇄업체 간 상생협약을 맺는 결과도 이끌어 냈다.
오 위원장은 “(대기업을) 규제‧제한하기보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의 길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며 “대‧중소기업의 자발적인 동반성장 활동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2일 열리는 ‘대한민국 동반성장 대상’ 시상식은 이 같은 독려 활동의 일환이다. 동반성장 중점 추진 정책‧제도‧사업을 검토해 포상분야 및 동반성장 공적이 있는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는 자리다.
오 위원장은 “동반성장 활동을 잘한 기업을 뽑아 금메달을 주는 셈”이라며 “△업종별 경쟁력 강화사업 △상생협의회 운영 등 △동반성장지수 △ESG 지원사업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 등 각 분야별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해 시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 기업에 별도의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는 않지만 영예로운 상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동반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평가하는 지표인 ‘동반성장지수’도 확대한다. 동반위는 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 등 5개 등급으로 구분해 기업별로 동반성장지수를 공표하고 있다. 올해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을 확대했으며, 내년에는 신규 14개사를 더 선정해 총 234개사를 대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지표도 개선한다. 내년부터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여부를 평가 시 반영하는 게 핵심이다. 또 상생결제제도, 창의‧자발적인 상생활동 등에 대해서도 점수를 부여할 계획이다. 오 위원장은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에 따라 관련 항목을 지표에 포함했다”며 “협약이 얼마나 잘 맺어졌는지, 실행은 잘 되는지 등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반위는 내년에 ‘플랫폼 업종 평가 지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며 플랫폼 기업과 중소‧소상공인 간 갈등이 커지자 이를 대응한다는 취지다.
오 위원장은 “올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대‧중소기업뿐 아니라 플랫폼 산업 종사자, 소비자 등이 다자구도로 얽혀 있기는 만큼 복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