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일본 정부는 외교·안보 전략의 기본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NSS)’을 비롯해 세 가지 안보 관련 정책문서를 각의결정했다. NSS는 9년 만에 개정했고, 방위 목표와 달성 방법을 제시한 ‘국가방위전략’과 자위대의 체제와 5년간의 방위비 총액 등을 담은 ‘방위력정비계획’은 명칭을 바꿔 4년 만에 개정했다. 국가안전보장정책의 최상위 문서인 NSS는 일본이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면서 전수방위와 비핵 3원칙 등 안보에 관한 기본 원칙을 유지하면서 “지침과 시책은 전후 안보 정책을 실천 면에서 크게 전환하는 것”이라고 자리매김했다.
각의 후의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다양한 사태를 상정한 ‘매우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을 억지하고 대처하는데 자위대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롭게 어떠한 능력이 필요한지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반격능력의 보유, 우주·사이버·전자파 등의 새로운 영역에 대한 대응, 규슈 남단에서 타이완 동북단에 이르는 난세이(南西)제도 방위체제의 강화 등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정책 대전환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반격능력 보유를 명기한 점이다. 반격능력이란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할 때 “상대방의 영역에서 유효한 반격을 가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지금까지 전수방위원칙에 따라 자위대와 미군이 ‘방패(방어)’와 ‘창(공격)’ 역할을 해왔던 미일동맹의 역할 분담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NSS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무력 행사 3 요건에 따라(다른 적절한 수단이 없는 경우)” “필요 최소한도의 자위 조치로서” 상대방의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문제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의 어느 단계에서 반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상대방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한 시점에서 할 것인지, 실제로 공격이 이뤄진 뒤에 할 것 인지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안전보장의 기밀과 관련한 문제라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미사일이 일본을 향한 것 인지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잘못된 판단을 하면 국제법에서 금지하는 선제공격이 될 우려도 있다.
일본의 반격능력 행사는 미국과의 협력 없이 사실상 어렵다. NSS는 ‘반격능력 행사를 포함한 일·미 간의 운용 조정’도 명기하고 있고 ‘국가방위전략’은 “탄도미사일 등의 대처와 마찬가지로 일·미가 협력해서 대처해갈 것”이라고 한 것에 비춰 가까운 장래에 미·일 방위협력을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기지 등을 공격하기 위한 능력 강화를 위해 현재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12식 지대함 유도탄을 함정과 항공기, 나아가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島嶼) 방위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고속활공탄(高速滑空彈)이나 극초음속 유도탄의 개발과 장사정화(長射程化)를 추진함과 동시에 미국제 토마호크를 비롯한 외국제 스탠드오프 미사일의 도입도 계속하기로 했다.
또한, 스탠드오프 방위 능력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 인공위성을 다수 운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위성 컨스텔레이션(Satellite constellation)’이나 무인기, 목표 관측탄의 정비 등을 통해 정보수집과 분석 및 지휘통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방위력정비계획)
일본 국민의 65%가 반격능력 보유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일본경제신문, 2022년 12월 17일자 사설), 과연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일본의 안전 증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지난 5월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지지를 표명했었는데, 일본의 각의결정 후 오스틴 국방장관과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환영과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데 이어 11월 13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지금의 한반도와 역내외 정세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한미일 공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위협과 대만 유사에 대한 공동 대응이란 차원에서 보면 한미일의 안보협력은 필요하다. 일본은 유엔군 소속 11개 국가와 체결한 지위협정을 통해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휘하의 7개 주일미군 기지를 사전협의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이것은 공식적인 합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밀약의 형태로 일본이 양해한 것이다. 법적으로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한국을 지원하러 오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와의 사전협의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악화한 한일관계 개선, 특히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으며, 사실상 중단된 국방 당국 간의 교류와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이명박 정부 때 일본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추진하려다 좌절했으며. 박근혜 정권 때 체결된 지소미아는 2019년 8월의 종료 통보의 효력 정지상태로 비정상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소미아를 완전히 정상화하고 ACSA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일 양국이 어디까지 안보협력을 추진할지에 따라 한일 및 한미일 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대처를 기대한다.
조진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국제정치전공)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