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공포'의 세계 경제…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으로 살길 찾자

2022-12-13 13:45
  • 글자크기 설정

[김상철 교수]




글로벌 경제가 ‘I(Inflation·물가상승)의 공포’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의 벽을 넘나들면서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이 둘이 겹치는 ‘S(Stagflation)의 공포’까지 나오면서 헷갈릴 정도로 머리가 띵하다. 대부분 예측기관은 내년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속적인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봇물 터지듯 쏟아낸다. 이로 인해 경제주체들의 긴장감이 가중되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는 극도로 위축되고, 소비자의 소비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실제로 주가의 하락과 신용이 경색되는 금융의 위기와 부동산 경기는 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실물과 금융의 동반 하락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기미를 보인다.
 
현재 경제 상황을 이해하려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향방을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 기간 중 무제한으로 풀린 팬데믹 머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곡물 가격 급등, 미-중 갈등 격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물류 대란이다. 경기 침체 원인은 유동성 회수 과정에서 나타나는 긴축 후유증, 시장 재고 증가에 따른 리드 타임 회복 지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투명성 증가, 중국의 ‘제로 코로나’ 계속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산적한 글로벌 경제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고 더 큰 수렁으로 빠지면 최악인 ‘D(Deflation, 물가하락과 경기 후퇴)의 공포’로 빠져들 공산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이 나 혼자 살기 위해 올 3월부터 시작한 자이언트 스텝이 물가를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월가의 큰손들이 ‘파월發 불황’에 대한 경고음을 일제히 표출했다. 지나친 금리 인상이 인위적인 침체를 불러오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경기 후퇴의 직접적인 시그널인 장단기 국채 금리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역전되고 있는 현상이 목격된다. 인상된 금리가 물가를 잡기보다 오히려 경제를 탈선시키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 와중에 연말 소비 성향을 보여주는 블랙프라이데이 소매 판매액이 예상을 크게 웃돌아 미국인의 지갑이 아직 두둑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이나 유럽 등 바깥 세계의 경제와는 사뭇 다르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반면에 소비 증가가 인플레를 부추겨 연준의 목표 금리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물가 상승률이 7.7%로 한풀 꺾인 ‘세븐 사인’이 11월에도 이어질 것인가에 초점이 맞혀진다. 소비가 강세를 보이지만 가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고용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소비 심리가 다시 반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편 ‘R의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대로 떨어지고, 원자재나 곡물 가격도 상승보다는 하락 장세로 전환되고 있기도 하다. 조만간 유가가 코로나 이전인 60불 달러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예상마저 힘을 얻는다.
 
최악 상황 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등장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이 중국 경제의 진행 방향이다. 민심 이탈에 굴복하여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의 노선 수정이 미칠 수 있는 파장이다. 지난 3년간 멈춰 섰던 중국 경제의 정상적 회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관건은 이러한 기조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느냐다. 동절기에 접어들고 있어서 자칫 방역 완화에 따른 확진자 수 급증과 열악한 의료 시설로 인해 사망자가 확대되면 다시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로 기수를 돌리기에는 시진핑 3기 체제의 안정적 기반 구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내년도 중국 경제 전망도 엇갈린다. 리오프닝 효과로 5〜6% 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3〜4%대에 머물 것이라는 상대적 비관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 경제에 보이는 다양한 변수들이 어떠한 흐름을 탈 것인가에 따라 예측이 뒤집힐 수 있다. 미국과 다르게 중국은 긴축하지 않고 시중에 지속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의 위축을 억제해 왔다. 방역이 느슨해지면 소비가 꿈틀거리고 공장도 정상 가동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이기도 한 중국 경제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옮겨갈수록 한동안 내림세를 보이던 원유나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를 부추겨 글로벌 인플레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최대 경제권인 유럽도 우크라 전쟁의 계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인도를 제외한 일본이나 한국 등 아시아 경제권의 회복력에도 부정적 예상이 강하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갇혀 경제활동이 잔뜩 움츠릴 조짐을 보인다. 정확한 진단으로 해결책을 찾지 않고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전반적 글로벌 시장 여건을 보면 긍정과 부정이 겹치고 있고, 관점에 따라 부정이 긍정보다 더 커 보이긴 한다. 긍정적 요인은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부정적 요인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경제 연착륙, 중국의 ‘위드 코로나’,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안정적 하향, 세계 시장 재고의 점진적 감소, 안정적 환율 견지 등의 청신호가 이어지면 경기 하강 기간을 최소화면서 회복을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 불안에 휘둘리기보다 살길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