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양혜규가 2022 ‘제5회 코치-무지리스 비엔날레’에서 ‘소리나는 물방울’을 선보인다.
양혜규 작가는 제5회 코치-무지리스 비엔날레에서 새롭게 커미션 받아 제작한 ‘소리나는 물방울-강철 봉오리(Sonic Droplets-Steel Buds)’(2022)를 오는 12일부터 4월 10일까지 전시한다.
이번 코치-무지리스 비엔날레에서는 인도 출신 싱가포르 기반의 현대미술가 수비기 라오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우리의 혈관에는 잉크와 불이 흐른다(In Our Veins Flow Ink and Fire)’라는 주제 아래 세계 각지의 작가 80여 명(팀)이 참여한다.
감독 수비기 라오가 비엔날레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도록 기획하고 배치한 이 의뢰작은 코치-무지리스 비엔날레의 주요 전시 장소 중 하나인 유서 깊은 아스핀월 하우스에 전시된다.
십만 개 이상의 스테인리스강 방울로 이루어진 이 설치작품은 작가가 ‘소리나는 물방울’이라 명명한 새 작업군의 본격적인 첫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양혜규 조각 세계의 주요 재료인 금속 방울은 2013년 이후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인 '소리나는 조각'은 다양한 의례 속 방울이라는 오브제의 사용에서 영향을 받았다. 한국 샤머니즘부터 유럽의 이교도적 전통에 이르기까지, 방울 소리는 인간의 영역과 영적 세계 사이를 매개하는 기능을 해왔다.
최근 선보여온 연작 ‘소리나는 동아줄’의 경우 강철 방울과 강철 링이라는 차고 딱딱한 재료로 이루어져 있지만 막상 그 몸체는 매우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소리나는 물방울’이 기획됐다.
국제갤러리는 “작가는 ‘소리나는 물방울’의 기획에서 지울 수 없는 참조물로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작업을 언급한다”라며 “비즈로 만들어진 이 일련의 설치물은 재료가 상이하지만 매우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라고 설명했다.
‘소리나는 물방울-강철 봉오리’를 둘러싼 채 사방에 광활하게 펼쳐진 양혜규의 벽지 작업 ‘배양과 소진(Incubation and Exhaustion)’(2018)은 유럽 이교도 문화와 민속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을 반영한다.
양 작가는 남부 프랑스 옥시타니의 문화 전통과 기술 산업의 발전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고추, 마늘, 화염, 안개, 연기, 의학 수술 로봇, 지푸라기, 그리고 방울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탈위계적, 비연대기적으로 한 평면에 불러 모은다. 여기에 코치의 지역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또 한 번 장소성의 중첩을 꾀한다.
양 작가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과 왕성한 전시로 동시대 작가들 중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온 그는 1994년 독일로 이주하여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학교 슈테델슐레에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볼프강 한 미술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미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22년 싱가포르 비엔날레가 주최하는 제13회 베네세 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작가는 2022년 오카야마 아트 서미트와 싱가포르 비엔날레 등 참가를 통해 다양한 작품 발표를 이어오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는 브라질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에서 1월에,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S.M.A.K)에서 4월에 있을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2024년 10월에는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서베이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 전시는 유럽순회전으로 이어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