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중동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CNN이 고위 아랍 관리 및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과 9일 양일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중동 내 최대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수개월간 무성했지만 중국과 사우디 양국 모두 함구해왔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경색되는 국면에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CNN은 지난 80년간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던 사우디가 중동 내 경쟁국인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역내 안보 주둔 역량은 오히려 약화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경색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과 사우디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원유 감산, 대러시아 제재 비(非)동참 등 여러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 플러스(OPEC+)’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가 ‘안정화’를 위해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결정했다.
중국과 사우디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도 서방 국가들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양국은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사우디는 러시아가 OPEC+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에너지 파트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일부 미국 정부 관리들은 “사우디가 러시아 편에 서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사우디 관리들은 석유를 무기화하거나 러시아 편을 들고 있지 않다며 비난 내용을 부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사우디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듯 했으나, 10월에는 미국-사우디 관계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의 빈틈을 노려 중동 내 입지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중동 지역에서의 미-중 외교전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