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가 안갯속이다. 롯데건설발(發) 자금 경색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위기에 놓인 만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해법 모색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25일로 예정됐던 롯데그룹 임원 인사는 이달 중순으로 미뤄졌다. 예년 대비 한 달가량 늦춰진 것이다.
임원 성과평가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설도 나온다. 올해는 임원 평가 시기를 예년보다 보름 정도 앞당겨 지난 9월 시작했는데 석 달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신 회장의 고심이 크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인사 시기에 예상치 못한 유동성 위기가 터지면서 임원 평가 대상이 계열사 재무 부서로까지 확대된 것이 인사가 연기된 배경이라는 설도 설득력을 얻는다.
인사 방향도 오리무중이다. 지난해엔 인재 영입과 성과주의에 입각한 승진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인사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올해 롯데 인사 방향은 재계 인사 흐름과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현재 재계 인사 방향이 '안정 속 혁신'이다. 롯데도 주요 계열사 대표를 유임하고 기대 이하인 임원만 소폭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와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시점이 겹치면서 롯데그룹 재무 부담이 확대돼 분위기가 반전되는 양상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만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롯데건설은 지난 10월 18일부터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들에서 1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계열사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임원 인사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성과주의에 입각해 인사를 할 것이란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통업계뿐 아니라 재계 전반적으로 올해 임원 인사는 '안정 속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다만 롯데건설 재무이슈가 그룹 전체를 뒤흔든 만큼 신 회장이 쇄신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