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스프레드가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채권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국전력 등 AAA급 공공기관들이 채권 시장에 물량을 지속적으로 쏟아내면서 회사채로 갈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위축은 좀처럼 완화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금리역전(일반채와 특수채 금리 차이)도 두어 달 넘게 유지되고 있어 신용스프레드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종가기준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AA- 등급 회사채 간 3년물 금리 격차)는 173.7bp(1bp=0.01%p)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29일(172bp) 이후 최대치다. 신용스프레드는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로 숫자가 커질수록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높은 걸 의미한다.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신용 위험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달 들어 발행된 특수채는 총 7조3000억원이다. 이 중 한전이 3조600억원을 찍어내며 전체 발행량의 76%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지역난방공사(800억원)·인천공항(1100억원)·주택금융공사(5900억원)·국가철도공단(2400억원) 등 다른 AAA급 공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AA급보다 AAA급 금리가 더 높은 금리 역전 현상도 2달째 계속되고 있다. 한전채의 3년물 금리는 5.397%로 AA-급 회사채(3년물) 금리(5.376%)보다 0.021%p 높다. 그 밖에도 한국주택금융공사(5.544%), 한국지역난방공사(5.584%) 등도 일반 회사채의 금리 수준을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신용스프레드 확대와 금리 역전 등으로 한전과 같은 공사채와 은행채 등 초우량물들이 순발행을 확대하며 전반적으로 채권 시장의 약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 악화의 원흉인 한전채는 올해 20조2000억원 이상을 순발행했다"며 "이는 시장 전체에 전반적인 부담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높은 금리의 공사채 발행은 신용시장의 약세를 계속 야기할 것"이라며 "공사채 발행의 방향성이 채권 시장 분위기를 형성하는 만큼, 앞으로 운송·철강·소재 등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에 민감한 업종의 하락폭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