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다음 주에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개최한다. 금통위가 지난 1년간 두 차례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비롯해 총 2%포인트의를 인상하는 가파른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온 가운데 최근 들어 금융권 안팎에서 일부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금통위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통화당국에 따르면 오는 2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개최된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다. 지난해 11월 당시 기준금리가 1%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무려 2%포인트나 뛴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도 금통위가 예외 없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상 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초 이달 초까지만 해도 ‘빅스텝’이 유력시됐으나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예상보다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간 미국이 높은 물가 상승에 대응해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며 가파르게 금리를 올려왔으나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인플레이션 완화 신호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한 1400원대를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들어 1300원 초중반대로 하락하는 등 물가와 환율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또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한은 내부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한은·한국경제학회 개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난달에 비해 환율이 많이 안정됐는데 이는 좋은 신호(sign)"라며 "미국 통화정책이 바뀌면 (한은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변화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사에서도 "금융 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 금융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서영경 한은 금통위원도 최근 한 포럼에서 "경기 부진이 우려되면 긴축기조에 완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환율 급등락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여전히 5%대인 물가 상승세 역시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역전 차가 큰 상황도 국내 물가와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이달 초 12개 투자은행을 상대로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예상치를 조사한 결과 3분의 1인 4곳이 5.00~5.25%라고 응답했다. 정책금리 상단이 5.75%에 이를 것이라는 응답도 1곳 있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당수 기관들이 미국 정책금리에 대해 5%를 웃돌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3.5% 수준에서 멈춘다고 가정할 때 최소 1.50%포인트 역전 차가 발생하는 셈"이라며 "이처럼 높은 금리 역전 차가 장기화하는 것은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