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사우디가 네옴시티·수소에너지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하며 수십조 원에 달하는 중동 특수가 기대된다. 또 단일 외국인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에쓰오일의 샤힌(Shaheen) 프로젝트 추진 계획도 확정하며 양국 간 석유화학·청정에너지 협력 고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투자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협력 MOU 26건을 체결했다. 포럼에는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을 비롯한 두 나라 정부와 경제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에쓰오일 2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샤힌 프로젝트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이 체결됐다. 샤힌 프로젝트는 약 7조원을 들여 울산에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하는 단일 외국인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 사업이다. 이로써 에쓰오일은 최대 지분을 보유한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대주주인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2단계 사업을 공식화했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한 우리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업 간 MOU도 잇달아 체결됐다.
포럼에서는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 사업비만 65억 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또 열병합(한국전력), 가스·석유화학(대우건설), 가스절연개폐장치(효성중공업)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됐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 네옴 철도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을 수주하면 한국 고속철을 첫 수출하는 사례가 된다. 또 사우디 철도청에서 운영 중인 디젤기관차를 대체할 수소기관차 공동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PIF와 사우디 키디야(Qiddiya), 홍해(Red Sea) 지역에 건설하는 네옴시티에 최첨단 3D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은 사업협력 MOU를 맺었다. 네옴시티에 먼저 조성되는 1만가구 규모 임직원 숙소를 모듈러(조립식) 공법으로 짓는 이번 프로젝트는 약 40억 달러 규모다.
제조 분야에서는 주조·단조 공장건설(두산에너빌리티), 산업용 피팅밸브(비엠티), 전기컴프레서(터보윈) 등에 대해, 바이오 분야에는 백신·혈청기술(유바이오로직스), 프로바이오틱스(비피도) 등에 대해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농업·서비스·투자 분야에서도 스마트팜(코오롱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동명엔지니어링), 재활용플랜트(메센아이피씨), 투자 협력(한국벤처투자) 관련 MOU를 맺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샤힌 프로젝트가 한·사우디 간 보완적인 에너지‧산업구조를 활용함으로써 석유산업의 저탄소·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며 "(네옴시티 건설과 관련한) 협력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