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업승계는 민간 주도 혁신성장의 동력

2022-11-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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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부행장[사진=IBK기업은행]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현상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실물경제의 불확실성,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복합적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직면하는 위기를 극복하고 대-중소기업 생산성 격차 축소, 디지털‧녹색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중소기업 성장 생태계의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혁신정책의 방향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동안 혁신의 정책은 벤처기업 육성에 집중한 측면이 없지 않다. 유니콘 기업으로 단숨에 성장하는 혁신 스타트업의 육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생태계 전체의 혁신을 위해선, 스타트업⇢소기업⇢중기업⇢중견기업의 긴 성장 경로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중소기업 생태계 혁신에서 간과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축은, 지속성장을 위한 두터운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다. 이미 세월의 검증을 거쳐, 사업성을 확보한 기업들이 더욱 성장하고 ‘스케일 업’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업승계 문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IBK경제연구소의 중소기업 승계 전후 경영성과 분석에 의하면, 기업승계가 스케일 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계기업이 일반기업에 비해 설비투자가 7.7% 더 많고, 일자리도 4.6% 더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승계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세대 간 경영의 일관성이 복원되어 승계 전 잠시 멈추었던 설비투자와 고용이 다시 살아난 것으로 해석 된다. 기업승계가 중소기업 스케일업과 고용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책적 함의가 크다.

CEO의 고령화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잠재적 승계기업이며, 10분의 1은 10년 내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승계를 완료한 기업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어, 기업승계 활성화는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이다.

앞으로도 민간 주도 혁신성장 차원에서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의 장수기업과 히든 챔피언을 부러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기업 승계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기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여 ‘책임의 대물림’, 기업 스케일 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고용 확대를 통한 국가적 기여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과중한 상속·증여세율을 점차 낮춰가야 한다. 우리나라 상속 세율은 최고 50%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2세 경영인이 글로벌 경쟁력 갖춘 기업으로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승계 세율을 국제 수준에 맞춰 조정해 나가야 한다.

셋째, 기업승계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제고시켜 나가야 한다. 가업상속 공제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27% 수준으로 추정된다. 엄격한 사전-사후 요건을 완화하고 갑작스런 상속 승계보다는 안정적인 사전증여를 확대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넷째, 사업 승계형 M&A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적정 후계자가 없는 경우 M&A를 통한 출구도 모색돼야 한다. 잠재 인수자를 찾아주고 매칭시켜 주는 독일의 ‘넥스트 체인지’프로그램, 일본의 사업지속센터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기업승계를 위한 금융지원 활성화,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 승계, 자본이득세 도입 등도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에게 투자를 촉구하고 민간 활력을 얘기하려면 기업승계 규제를 개혁하지 않고는 속빈 강정과 같다. 원활한 기업승계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민간 주도 혁신성장의 동력이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게 되고 우리 경제가 위기 극복을 넘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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