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가 산더미다. 한 장도 안 풀었는데 숙제가 또 쌓였다. 언젠가 시작하겠지 하다가 임기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릴까 싶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 수장을 맡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취임 6개월을 맞았다. 국민 반응은 엇갈린다. 꽉 막힌 한국 경제에 답답함을 느낀 국민은 '아직도?'라고 한다. 휘몰아치는 대내외 경제 상황에 뾰족한 대안 없는 정부에 지친 국민은 '이제?'라고 답한다. 그래도 정부를 믿고 기다려보기로 마음먹은 국민은 '벌써?'라고 말한다.
추 부총리는 취임하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물가는 계속 치솟는데 금리까지 말썽을 부렸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가계부채가 폭증하자 서민들의 앓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시장까지 속을 썩이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속출한다.
경제가 온통 난리인데 경제 드림팀을 공언한 윤석열호는 뭐 하나 풀어낸 과제가 없다. 물론 경제라는 게 한 번에 뚝딱하고 해결할 순 없다. 닻을 올린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복합 경제 위기'를 탈출할 실마리 하나 찾지 못했다.
10월이 물가의 정점일 것이란 추 부총리의 예측도 빗나갔다.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반등하며 내년에도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지만 도통 과제를 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호기롭게 떠난 미국 출장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11~1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참석차 미국에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을 만나 한국의 대외건전성에 대해 반복해 물었다.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문제없다"는 그들의 대답을 근거 삼아 '제2의 외환위기는 걱정하지 말라'고 단언했다. 괜찮다는 말만 반복할 뿐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추 부총리가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이제 막 6개월 됐는데 벌써 무슨 성과를 바라냐 할 수도 있다. 나랏일에 수습기간이 어딨겠냐마는 백번 양보해 6개월 수습기간도 끝났다. 이제 경제팀 수장으로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수습 딱지를 떼고 다시 닻을 올린 경제팀. 6개월 뒤에는 "그 많은 숙제를 벌써 다 했어?"라는 평가가 나오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