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기업결합(M&A) 심사를 전담할 국제기업결합과 신설을 추진한다. 국내 기업 주도의 글로벌 M&A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심사 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하기 위해서다.
13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자체 조직 진단 보고서에 국제기업결합과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 방안을 포함했다.
연말까지 조직 진단 결과를 참고해 부처별 정원 등을 정하고, 이에 따라 직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공정위가 국제기업결합과를 신설하려면 행안부와 협의를 거쳐 직제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 조직 진단은 '군살 빼기'가 목표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결합 전담 조직 신설이 현실화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정위는 항공·반도체·조선 등 각 분야에서 국내 기업 주도의 대형 글로벌 M&A가 빈번하고 외국 심사도 엄격해지는 만큼 신속하고 효과적인 국내 심사와 체계적인 국제 공조를 위해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기업 간 기업 결합 사례도 적지 않다.
공정위의 글로벌 M&A 처리 건수는 2009년 53건에서 지난해 3배 이상인 180건으로 늘었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기업결합을 추진했으나,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승인 불허로 무산됐다.
공정위는 EU 결정 때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다 기업들의 신고 철회로 심사 절차를 종료했는데, 이를 두고 해외 경쟁 당국이 참고할만한 판단을 선제적으로 내리기는커녕 눈치를 보면서 심사 주도권을 놓쳤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처리 사건이 지난해 1113건까지 급증한 것도 조직 확대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현재 기업결합과 직원이 과장 제외 8명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1인당 평균 처리 건수가 139건에 달한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연평균 823건이었는데 EU 경쟁총국의 심사 건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88건이었다.
공정위는 국제기업결합과 신설과 별개로 기업결합 법제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법제 개편 태스크포스(TF) 운영 결과와 연구용역 보고서를 반영해 연말께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과 EU처럼 심층 심사 필요 여부에 따라 심사 단계를 1·2단계로 이원화하고 기업들이 독과점 해소를 위한 시정방안을 스스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기업결합 신고 면제 범위 확대 등이 포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