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을 이어가면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신규 상장 건수는 2015년 이후 가장 많았고, 스팩 합병 건수도 지난 5년 중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 스팩 수는 37개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47개 신규 상장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직접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비상장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상장 준비 기간이 짧고 심사 기준이 덜 엄격한 스팩 합병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며 “합병을 통해 조달 가능한 자금이 50억~200억원에 불과한 한계가 있지만 기업가치와 조달 수요가 크지 않다면 조달 규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팩은 완화된 심사 기준이 적용되며 기관의 수요예측이 필요 없다. 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상장하는 데 유리하다.
올해 스팩을 통해 합병 상장한 기업은 14개다. 올해 스팩을 통한 신규 상장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21개 이후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핑거스토리는 오는 12월 8일에 신규로 상장될 예정이다. 신스틸과 옵티코어는 각각 12월 14일과 20일에 상장된다. 이로써 최소 17개사가 올해 상장될 예정이다.
이처럼 스팩 합병이 크게 늘어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스팩 소멸 방식의 합병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그간 스팩을 통해 신규로 상장할 때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비상장기업이 소멸하고 스팩은 존속하는 방식의 합병만 허용됐다.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소멸되는 만큼 불필요한 업무가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 연구원은 “그간 사업자번호가 변경돼 합병 이후에 기존 계약관계와 인허가 등을 모두 갱신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팩은 중소기업과 개인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처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팩은 비상장 우량 중소·중견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팩 투자자 보호 장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적은 투자금액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