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정의 거센 압박 속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보험료 인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중소 손해보험사들의 고객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매년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특성상 보험료가 저렴한 대형사로의 가입자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적자가 지속되는 중소사들의 경우 손실 규모가 더 커질까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자동차보험 시장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1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중소 손보사 5곳(롯데·MG·AXA·하나손해보험, 흥국화재)의 지난 1~9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9~106.1%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롯데손보 79%, 흥국화재 87.8%, AXA손보 88.8%, 하나손보 90.5%, MG손보 106.1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역대급 폭우와 태풍 힌남노 영향에도 같은 기간 누적 손해율이 77.9~78.8%로 집계된 대형사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손보업계는 "중소사들의 경우 대형사 대비 가입자가 적고 사업비가 많지 않다 보니, 한 번 사고 발생 시 손해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들의 설 자리는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당정협의회를 통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며 손보사 압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난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대형사들은 현재 보험료 인하폭과 시행시기 등을 놓고 내부 조율 중이다.
이 같은 대형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소식에 중소사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적은 가입자들을 뺏길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나 대형사들이 지난 4월 1%대의 보험료 인하를 단행한 이후 6개월 만에 또다시 보험료를 인하한다는 방침이어서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통제로 대형사 중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진행될 때마다 중소사 가입자들 사이에서 '우리도 보험료를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된다"며 "대형사와 다르게 손해율이 높아 적자인 중소사들의 경우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보험은 대부분 서비스가 비슷하고, 매년 갱신되는 특성상 보험료가 저렴한 대형사로의 가입자 환승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상위사의 점유가 높아져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련 시장이 점점 독과점 체제로 치닫고 있음에도, 의무보험 특성상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관련 업계도 이를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소형사 입장에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을 넓히거나, 관련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국면 속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