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부담이 커지자 전세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며 전셋값은 떨어지고 월셋값은 뛰고 있다. 국민 주거비 부담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주택종합 월셋값은 전월보다 0.10% 오르며 2019년 8월부터 3년 1개월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월셋값 상승률은 최근 4개월 연속(0.06→0.07→0.09→0.10%)으로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붕괴하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0.45% 떨어졌는데 이 하락 폭은 1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반면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연 환산이율)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조사 기준 10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평균 3.28%로 9월(3.24%)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4월(3.29%)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앞서 전세는 세입자와 집주인 간 이해관계에 따라 계약돼 왔다. 비교적 낮은 전세자금대출 금리로 인해 세입자는 금융비용만으로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었으며 투자자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전세를 끼고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꾸준히 오르며 세입자들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서울 목동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최근 월세를 끼지 않은 순수한 전세는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보증금을 줄이고 반전세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 수요자는 줄고 월세 수요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수급지수는 지난 8월 100.1을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100을 넘겼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는 6월 94.2, 7월 91.3, 8월 87.7 등을 기록하며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해당 두 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세입자 수보다 세를 놓으려는 집주인이 많다는 뜻이다. 100보다 높으면 반대로 세입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8월 전월세 수급지수를 보면 시장에 월세수요가 비교적 많지만 전세수요는 줄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들 인식도 월세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최근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306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택임대차 거래 유형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세를 선택한 세입자 비율이 57.4%, 월세를 선택한 비율이 42.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2년 전인 2020년 10월 진행한 조사에서 세입자의 월세 선호도가 2020년 17.9%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2배 이상 높아졌다.
고가 월세도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10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500만원 이상 고가 월세는 791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09건보다 55.4%가량 급증한 수치다.
올해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전용 273.96㎡는 보증금 4억원, 월세 4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을 월세로 내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64.546㎡가 보증금 20억원, 월세 27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월세는 뛰고 보증금은 줄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역전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며 “이자 부담이 더 심해지면서 전세 수요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 가격은 당연히 오르는 것”이라며 “경기가 양호해지거나 금리가 안정되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