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초점] 작품성 검증된 예술영화, 극장가 보릿고개에도 살아남았다

2022-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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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관람료 인상으로 소비행태 변화

블록버스터 vs 아트버스터 극과 극 선택

'짱구는…' '스마일' 마니아층에 입소문

양자경 주연 '에브리씽…'도 흥행행진

극장가 보릿고개에서 살아남은 아트버스터 영화들. [사진=워터홀컴퍼니(왼쪽),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 소비 형태에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성장과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극장용 영화' 선별 기준이 명확해진 모습이다. 올해는 극장가 성수기인 여름부터 기대작들이 흥행 부진을 겪으며 가을 극장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4분기 기대작으로 불리던 DC코믹스 원작 히어로 무비 '블랙 아담'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0월 총 누적 관객 수는 619만7635명.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0월(1485만8383명) 대비 절반도 채우지 못한 실정이다. 극장가 보릿고개가 이어지는 가운데 독립 영화·애니메이션 등 마니아층을 겨냥한 작품들이 관객들 시선을 붙잡고 있다.

먼저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는 지난 9월 28일 개봉해 첫 주에 관객 23만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흥행 수익) 애니메이션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에 이어 개봉 2주 차에 압도적 흥행 질주 속에 관객 45만명을 돌파하며 눈길을 끌었다. TV시리즈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까지 오랜 시간 작품을 이어오고 있는 '짱구는 못말려'는 가족 단위 관객뿐만 아니라 MZ세대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해당 작품은 역대 국내 개봉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중 흥행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마니아 관객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보인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는 다양한 국내외 쟁쟁한 작품들이 대거 개봉한 4주 차에도 주말 박스오피스(흥행 수익) 4위를 차지하며 11월 2일 기준 누적 관객 수 70만4622명을 돌파했다.

양자경 주연 할리우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도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 중이다. 해당 작품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강력한 수상작으로 점쳐지며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 '필람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개봉 후 15일 만에 관객 13만명을 돌파하며 연일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4분기 기대작이었던 '블랙 아담'과 한국 영화 '리멤버' '자백' 등 신작 영화 개봉에도 꿋꿋하게 관객 수를 늘려갔다. 좌석 판매율 역시 14.1%를 넘으며 아트버스터(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예술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스마일'은 공포 영화 마니아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했다. '천재 신예 감독'의 등장이라고 불리며 가을 공포영화 중 가장 좋은 평가를 얻었다.

지난달 6일 개봉한 '스마일'은 가을 공포영화 중 최고 평점과 높은 좌석 판매율을 나타내며 입소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관객 10만명을 돌파했다. 이미 월드 와이드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관객 10만3718명(11월 2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을 동원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해당 작품은 2022년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 공포영화 중 조던 필 감독의 '놉', 블룸 하우스 제작의 '블랙폰' 등과 함께 흥행 톱5에 등극하기도 했다.

가을 극장가에 보릿고개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규모가 작은 영화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

영화 관계자는 "영화관 관람료 인상으로 관객들의 영화 소비 형태가 변했다. 영화적 체험을 중요하게 여겨 블록버스터 영화를 선택하거나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아트버스터를 관람하는 분위기다. 특히 독립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은 마니아층이 제법 확고해졌다. '시네필(학문적·전문적 성향의 영화 팬)'이라 불리는 영화 애호가들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면 N차 관람이나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화관을 방문하는 관객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극장에서 관람하는 영화는 '블록버스터' 혹은 '아트버스터'로 나뉜다는 설명이었다. 코로나19와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영화를 선택하는 성향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모습이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였다.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볼 때는 마블 영화(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위주로 보았고, 혼자 영화를 볼 때면 영화제 수상작 위주로 선택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거나 평론가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은 작품들은 극장에서 보고 싶어지더라. 영화 관람료가 비싸기 때문에 검증된 작품들만 극장에서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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