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촉발된 보험사들의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 및 확대 움직임이 최근에도 다시 급물살을 타면서 업권 내 경쟁이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제판(제조 + 판매)분리를 통해 영업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나 일각에서는 불완전판매·내부 갈등 등을 우려하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자회사형 GA인 HK금융서비스(가칭) 설립 인가 신청서를 냈다. 이르면 내년 초 영업개시가 점쳐지고 있다. 사측은 전속 설계사 조직을 완전히 떼 별도 전문사로 설립할지, 전속 설계사 조직을 그대로 두고 자회사형 GA 형태로 출범시킬지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권에서는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처럼 전속 설계사를 자회사형 GA로 모두 이동시키는 방안을 유력시하고 있다. 흥국생명 전속 설계사는 지난 7월 말 기준 1800여명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GA업체 피플라이프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 실사 작업이 진행 중이며, 피플라이프의 매출액은 3031억원, 순익 178억원, 설계사 3700여명 규모로 알려졌다. 인수 계약이 성사되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GA업계 최초로 2만명이 넘는 설계사를 보유하게 된다.
보험업계는 표면적인 GA 확대 이유로 전문성 강화를 들고 있다. 제판분리를 통해 보험사는 상품개발에, 자회사형 GA는 판매에 집중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속채널에서 가질 수 없는 생명 혹은 손해보험 등 이종상품 판매가 가능해지며,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마케팅 확대도 노릴 수 있다.
비용 감축 효과도 있다. 전속설계사를 보유한 회사는 설계사 외에도 관리 인력과 지점이 필요한데, GA 설립시 해당 비용은 별도 처리된다.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가운데, 불완전판매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GA 분리시 보험원수사는 설계사 위촉 계약을 직접 맺을 필요가 없다. 설계사 직고용을 하지 않아도돼 영업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GA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동겸 보혐연구원 연구위원은 "GA가 커질수록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늘 수 있겠지만, 사후 고객 관리 미흡으로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뿐만 아니라 상품비교설명 의무가 있는 GA 소속 설계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수수료가 비싼 보험상품 위주로 계약 체결을 권유할 상황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건전한 모집질서 확립을 위해 GA의 내부통제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완전판매의 원인이 판매자들의 수수료 편향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수료 체계 뿐 아니라 환수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자회사형 GA 설립과 관련해 지속해 일고 있는 설계사 고용불안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