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수습을 위해 카카오가 비상대책위원회 가동과 서비스 정상화, 이해관계자 피해 보상에 집중한다. 기존 남궁훈·홍은택 각자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맡기 위해 등판한 홍 대표가 단독 대표를 맡게 됐다. 일단 홍 대표가 서비스 중단 사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남궁 전 대표의 역할을 당분간 함께 맡게 된 모양새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SK㈜ C&C와 구상권 협의, 책임소재 규명 등 이전에 우선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 보상하고,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도 별도 피해 접수 채널을 운영해 보상 대상과 범위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카카오 서비스 전체 복구를 완료하고 당국의 화재감식 등 사고 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내용에 따라 원인과 책임소재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안산에 완공되는 첫 자체 데이터센터와 내년 시흥에 착공하는 추가 자체 데이터센터 등을 비롯해 인프라 투자를 크게 늘린다.
카카오에 따르면 남궁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뿐 아니라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홍 대표는 카카오가 지난 7월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할 때 스스로 자신을 '노장'으로 칭하고 "노장은 드러나는 존재가 아니라 젊은 분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단독 대표로서 전권을 맡아 경영 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향후 카카오 이사회에서 남궁 전 대표를 대신할 사내이사를 새로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다만 카카오 측은 이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최근 김 전 의장은 남궁 전 대표, 홍 대표와 함께 업무방해, 소비자기본법위반, 허위사실유포 등 혐의를 제기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로부터 경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작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작된 카카오 계열사들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 낳은 폐해 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차기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다가 '주식 먹튀' 문제로 논란이 되자 올초 자진 사퇴하고 올 상반기에는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계획이 추진됐다 직원들의 반대로 철회된 후유증도 남아 있다. ESG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과 올초 남궁 전 대표가 단독 대표로 선임되면서 김 전 의장과 역할을 나눈 '비욘드 모바일'을 완성할 경영진이 필요해졌다.
장기적으로 카카오 공동체의 신사업과 성장을 이끌 리더십이 공백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수습한 이후 카카오 이사회가 경영진, 조직, 사업전략 등에 대해 전면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