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또 다른 ‘위대한 투쟁’의 시작이라고 대외에 공언한다. 미국과 경쟁해 중국이 승리하려면 강한 리더십이 필연적이며, 시진핑 주석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냉정하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진핑의 지난 10년 집권 기간 중 이를 용의주도하게 준비해온 측면이 강하다. 후계자를 키우지도 않았고, 2인자 위상을 대폭 축소해 1인 영도 체제를 강력히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혹은 10년이 중국에 매우 절체절명의 중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패권에 거의 근접해가고 있는 이 시점에 낙마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다. 이 기간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미국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선택이 그들의 의도대로 맞아떨어질지다. 순항할 것인지, 아니면 난항을 할 것인지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순항을 예상하는 측은 중국의 잠재력이 여전히 유효하고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건재하다는 점을 든다. 중국의 앞날에 깔린 허들이 보기에 따라서는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동력이 예전처럼 활력이 붙지 않고 있고, 최근 대내 혹은 대외 정책이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시진핑 3기 체제가 권력 기반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시장경제보다 국가 주도의 강력한 통제경제 체제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대내적으로 보면 일단 흐트러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고도 경제성장의 결과로 빚어진 빈부 격차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들고나온 첫 어젠다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경제적 약자의 편에서 보면 솔깃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익숙해진 민영 기업들 관점에서 보면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당연히 국가나 국유기업의 입김이 세지면서 민간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국진민퇴(國進民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벌써 분출된다. 이는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과 맥을 같이하지만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전자가 중국의 실패를, 후자가 중국의 성공을 보였던 점을 참작하면 민심이 이에 동조할지가 의문시되기도 한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옥죄기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강화되는 양상이다. 전임 공화당 트럼프 정권보다 민주당 바이든 정권이 더 집요하고 강경하면서 압박 수위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더라도 미국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훨씬 보호주의적이고 국가 이기주의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바이든이 재집권이라도 한다면 시진핑 3기에 이어 4기 초반까지 미국과 힘겨운 샅바 싸움을 해야 할 판이다. ‘홍색공급망’으로 중국제조 2025를 천명하고 있지만 홀로 기술 굴기(崛起)를 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 또한 수출보다 내수를 살리려는 ‘쌍순환(雙循環)’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중속 성장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어 소비 증가세에 발목이 잡혀 있기도 하다.
경제가 나빠지면 숨어 있던 고름이 터지게 마련이다. 회색 코뿔소 중국 경제의 숨겨진 아킬레스건이 속속 불거져 나온다. 이른바 부동산 시한폭탄이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에 암흑기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빈 아파트가 1억3000만채에 달하고 있으며, 가격이 폭락하는 추세다. 대부분 분양 소비자들이 모기지 상환을 보이콧하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에 잔뜩 먹구름이 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복병인 부채 비율도 고개를 내민다. 올 2분기 말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73%를 넘어서면서 기업·지방 부채와 가계부채까지 겹치면서 시진핑 3기의 경제 운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이전과 같은 중국 경제의 속도(China Speed)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4기까지 가서라도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뒤집는 끝장 역전론을 보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2030년이 목표였지만 그전에도 잡을 수 있다는 예측이 대세로 인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팬데믹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잇따른 패착과 시진핑 3기 체제를 너무 강하게 밀어붙인 나머지 오히려 서방을 비롯한 외부에 중국 견제에 대한 빌미를 제공해 사면초가에 몰리는 판세다. 시진핑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쳐 구조조정과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내부적으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더는 고속성장이 어려운 지경이다. 글로벌 싱크탱크들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기를 늦추거나 다시 역전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속속 내놓는다. 2022년 가을, 중국의 선택이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 아닌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