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나은 사람>,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등을 통해 섬세하고 투명한 문장으로 여행과 인생, 사랑과 위로의 감정을 그려낸 작가 최갑수가 신작 산문집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를 펴냈다.
20년 동안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처음 선보이는 음식을 주제로 한 에세이라 더욱 기대가 크다.
이 책에는 작가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그리고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는 여행작가로 일하며 국내외 곳곳을 여행했고, 온갖 음식 맛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 내렸다.
“우리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들어 주고 매일매일의 피곤으로부터 위로해 주는 건 사랑이나 헌신, 열망 같은 거창한 명제들이 아니라 어쩌면 맥주나 두부, 토요일 오후 같은 소소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음식에 관해 말하고 있지만, 음식의 맛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와 함께 나눈 사람들에 대해, 그가 음식을 먹으며 느꼈던 감정과 떠올렸던 추억에 대해, 그가 음식을 통해 깨닫게 된 삶의 의미에 대해 기록했다. 작가는 한 그릇의 음식이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우리의 인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만족과 여유. 작가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다. 그렇다고 그가 대단한 것들에서 만족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는 소박한 음식과 소소한 일상에서 만족을 느끼고, 그 만족감을 통해 여유로운 인생을 만들어간다. 작가는 마감을 끝낸 후 짜장면 한 그릇과 군만두 한 접시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빌 에번스를 들으며 오후 2시에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마실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자주 여행을 떠난다. 부산, 군산, 여수, 장흥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섭렵한다.
부산에 가서 요즘 뜨는 절영해안산책로엔 가지 않지만, 만두와 낙곱새집은 어떻게든 찾아간다. 아무도 모르는 빙장회를 파는 횟집을 찾아가 기어이 맛을 본다. 군산에서는 ‘홍집’이라는 오래된 선술집을 찾아가 주인아주머니의 기구한 사연을 들으며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여수에서는 여수 밤바다와 오동도에 가지 않지만 현지인들만 아는 중국집과 푸짐한 백반집을 찾아가 포만감을 느낀다.
‘이래도 괜찮은 여행일까?’라는 물음에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어쩌겠어. 이것도 여행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