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개원한 첫 정기국회가 보험업계 숙원사업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논의에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 반대로 13년째 공회전 중인 해당 법안이 손쉽게 통과될지는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보험·의료계가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정보 유출 방지 등 기술적 장치 고도화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이번 법안소위에 회부된 총 138개의 법률안 가운데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의료계는 과잉입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후 유사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의료계는 병원이 전송 과정에서 환자 개인정보 유출 리스크를 안게 되는데, 의료기관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심평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데이터 보안성을 강화해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심평원 전산망 내 블록체인 기술을 탑재하게 되면 단일 소스를 통해 데이터 무결성을 제공, 중복을 제거하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며 "또한 선별된 참가자들이 집단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떤 정보가 보험사에 전송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하지 않는 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의료기관의 불편이 없도록 보험금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보험사들이 잘 정비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이 간단히 확인해서 버튼만 누르면 청구가 되도록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의료기관에는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해당 프로그램만 바꾸면 되는 부분이라 의료계가 시스템 하드웨어까지 바꾸는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며 "보험업계의 프로그램 개발 고도화만 이뤄진다면 의료계가 우려하는 각종 리스크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 중개 하에서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해 유지비용 및 구축 시간을 절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보험금 청구 중개기관이 민간업체로 선정된다면 이들에게 일부 수수료를 떼줘야 해 결국 비용 증가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면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활용할 경우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유지비용 및 구축 시간이 절감, 국민 편익에 부합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