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인상의 필요성은 크다고 판단하지만, 코로나 19의 장기화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경제를 무척 신경쓰여서다.
여기에 정부가 2023년 공무원(4급 서기관 이상) 보수를 동결한 것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20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전북도 및 14개 시·군은 9월이나 10월중 각 의정비심의원회를 구성·가동하고, 향후 4년(2023~2026년) 동안 적용될 의정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중 월정수당은 지역주민 수 및 재정 능력,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의정활동실적 등을 고려해 산정하는데, 2022년 공무원 보수인상률(1.4%)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이에 무주군의 경우, 지난 8월 23일 10명으로 구성된 의정비심의위를 발족시켰다.
전북도 또한, 10명의 의정비 심의위원을 위촉하고 이달 2일 1차 회의를 열었다. 1차 회의에서는 의정활동비를 현행 월 150만원으로 유지하고, 반영률(100%, 70%, 50% 등)은 2차 회의시 최종 결정키로 했다.
나머지 시·군도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 의정비심의위를 구성하고, 의정비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향후 4년 간의 의정비를 오는 10월 3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북도의회와 각 시·군 의회의 의정비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난 4년(2019~2022년)의 의정비보다 더 올리고 싶지만, 주민들의 비판을 무릅쓰고서 인상을 강행하기에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 경기침체, 고금리 등으로 서민의 삶이 곤경에 처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어떨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열악한 전북도민의 주머니 사정이 신경쓰인다.
실제 전북 직장인의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은 전국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회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여수시을)에 따르면 전북도민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은 3400만원으로, 제주에 이어 최하위다. 전국 평균 3830만원보다 170만원 적다.
이에 반해 전북도의회의 1인당 의정비는 무려 5604만원(의정활동비 1800만원, 월정수당 3804만원)으로, 도민 연평균 급여액보다 무려 2204만원(64.8%) 많다.
나머지 14개 시·군의회 의정비도 도민 평균 급여액보다 높은 건 마찬가지다.
4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의정비를 인상했던 완주군의회의 의정비는 4178만원으로, 3330만원에 그친 군민 연평균 급여액보다 848만원이 많은 상황이다. 완주군의 경우, 전북 14개 시·군 중 의정비와 주민 연평균 급여액 차이가 가장 크다.
이밖에 전주시의회 818만원, 익산시의회 702만원, 김제시의회 665만원, 군산시의회 518만원, 부안군군의회 495만원, 정읍시의회 437만원 등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중 김제시와 부안군은 연평균 급여액이 하위 10위, 6위임에도, 시·군의회 의정비는 타 지역 못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감내하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주민을 고려할 때, 향후 전북 지방의회의 의정비 인상 여부는 또한번 지역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미 강원도의회가 의원 1인당 최대 1400만원에 가까운 의정비 인상 필요성을 밝힌 것을 두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비록 고위직(4급)에 해당하지만, 정부가 공무원 보수를 동결한 점도, 전북 지방의회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한 기초의원은 “물가상승과 의정활동 영역 확대 등으로 의정비를 올려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유독 지방의회만 고통분담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상 여부나 그 폭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