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이 최근 수장 교체 카드를 일제히 꺼내들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규 디지털사 및 빅테크들의 시장 진출이 임박해오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은 이달 이사회를 열고, 문효일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교보생명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도 강태윤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강 대표는 1997년 교보생명 입사 후 e-비즈니스 TF장부터 다양한 부문의 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지난 2013년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설립된 후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다. 앞서 하나손해보험도 주주총회를 열고 김재영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하나은행에서 IT통합지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하나손보에서 부사장을 역임, 그룹 컬래버레이션 및 신보험업무시스템 개발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산하 디지털 보험사들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간 디지털 상품의 경우 중저가 위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한계로 꼽혀왔다. 디지털 상품은 대면 채널이 없어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 부담이 적다.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최대 무기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한번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존 보험사 대비 손해율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장기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매년 순손실만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손실액이 1401억원에 달한다. 캐롯손보도 지난 2019년 10월 출범 이후 2020년 381억원, 지난해에는 2배 가까이 늘어난 64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에 편입돼 지난 2020년 6월 출범한 하나손보 역시 지난해 207억원의 순익을 냈으나, 올해 상반기 1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다시금 적자로 돌아섰다.
아울러 거대 자본력을 갖춘 신규사들과 빅테크들의 시장 진입도 해당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지난 7월 이를 16번째 자회사인 '신한EZ손해보험'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신한금융은 EZ손보를 디지털사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신한라이프와 보험 데이터 등을 공유하고, 은행 및 증권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음달에는 카카오손해보험의 영업개시가 점쳐지고 있다. 월 이용자수 50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등 카카오 계열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상품 라인업을 늘려 단순 손해율을 개선시키는 원론적 방법에 그쳤던 디지털 보험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