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원재료값, 장바구니 비상] '장보기 무섭다' 추석 지나자 먹거리 물가 상승 본격화

2022-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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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식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2013년 이후 9년간 가격을 동결해왔던 오리온마저 그간 가중된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라면업계와 유업계는 시장 점유율 1위가 총대를 메고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후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식품업체는 농심과 오리온이다. 양사는 이달 15일 잇달아 라면과 스낵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이상 올린다. 

2013년 이후 9년간 가격을 동결해온 오리온은 오는 15일부로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제품별로는 초코파이가 12.4% 인상되고 포카칩은 12.3%, 꼬북칩의 경우 11.7% 오른다. 비스킷 제품인 예감의 가격 인상률은 25%에 달한다. 
 

[그래픽=아주경제]

그간 오리온은 적극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모든 품목의 가격을 동결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유지류, 당류, 감자류 등 주요 원재료 값이 급등하면서 원가 압박이 가중됐다. 특히 올 상반기 매출 상승에 힘입어 이익 감소를 상쇄해 왔지만 하반기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결국 가격을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달 말 유지류와 당류, 감자류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70% 이상 급등했다. 제품 생산 시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도 90% 이상 올랐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라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 위주로 가격을 인상키로 했으며 인상 후에도 업계 최고의 가성비를 지향하는 수준에서 인상 폭을 책정했다"면서 "원부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제품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 역시 15일부터 라면 브랜드 26개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다. 구체적으로 신라면 출고가는 10.9%, 너구리는 9.9% 인상된다. 새우깡 등 스낵 주요제품 출고가도 평균 5.7% 오른다. 농심이 스낵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은 올해로 두 번째다. 지난 3월에도 스낵 출고가를 평균 6% 올린 바 있다. 인상률은 새우깡이 6.7%, 꿀꽈배기가 5.9%다. 농심 측은 24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농심이 가격인상을 예고하자 팔도 역시 다음 달 1일부터 팔도비빔면, 왕뚜껑 등 라면 제품 12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9.8% 올리기로 했다. 인상 품목은 라면 12개 브랜드로, 주요 제품의 인상 폭은 공급가 기준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0%,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이다.

통상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들도 시간 차를 두고 뒤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오뚜기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인상 시기나 인상률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팔도 관계자는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저희는 타사에 비해 수출이 잘 되는 등 경영여건이 좋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우유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정부와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협회)가 내년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키로 잠정 합의하면서 원유가격 협상에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내달 초 중 원유 기본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낙농가에 목장 경영안정자금 명목으로 월 30억원씩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원유 구매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업계에서는 원유 구매가격을 ℓ당 58원씩 올리는 것과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업계는 원유 가격 인상분의 10배를 흰 우유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 왔다. 실제 작년 원유 가격이 ℓ당 21원 오르자 서울우유는 흰 우유 가격을 약 200원 올렸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는 ℓ당 500원씩 오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원유 가격이 '밀크플레이션(Milk와 inflation 합성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원료로 하는 빵, 과자, 커피, 분유,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줄 지어 인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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