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상반기 빚투 이자 수익은 8600억원인데… 대손충당금은 고작 157억원

2022-08-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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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상반기 빚투 이자로만 약 8600억원을 벌어들인 반면 손실을 전망해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금액은 고작 15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말 기준 이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금 규모가 18조원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비율이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증권사가 손실을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29개 증권사가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벌어들인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은 861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8524억원 대비 소폭(1.1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는 코스피가 2944.45에서 3296.68로 11.96%(352.23포인트) 급등했던 시기지만 올해 상반기는 2989.24에서 2332.64로 21.97%(656.60포인트) 급락했던 시기다. 증시 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때에도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은 굳건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증권이 1391억원으로 가장 많은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을 챙겼다. 키움증권(1224억원)과 미래에셋증권(1157억원), NH투자증권(1049억원)도 이자수익이 1000억원을 상회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859억원)과 KB증권(738억원), 신한금융투자(45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유안타증권 323억원 △하나증권 278억원 △대신증권 193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 176억원 △유진투자증권 130억원 등이 100억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기록했다.
 

2022년 상반기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 현황 [출처=금융투자협회]

반면 신용공여금 대손충당금은 157억원에 그쳤다. 대손충당금이 손실을 예상해 회계상 사전에 설정해두는 항목임을 감안하면 수익 대비 손실의 비율이 1.82%에 불과했던 셈이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금 규모와 비교하면 신용공여금 대손충당금 규모는 더욱 초라해진다. 상반기 말 기준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금 규모는 도합 17조8587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들이 빌려준 돈 가운데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의 비중이 고작 0.08%인 상황이다.

증권사들의 손실이 사실상 없는 까닭은 신용거래융자에는 반대매매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를 해줄 때 투자자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주식의 가치가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즉각 반대매매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현재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담보비율은 통상 140%다. 금융당국이 반대매매를 줄이기 위해 담보비율을 인하할 수 있도록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완화했을 때에도 일부 증권사가 120~130%로 인하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상반기에 실행된 반대매매 규모는 2조원을 웃돌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실행된 전일자 미수금에 대한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2조915억원이다. 6월 한달 동안 실행된 반대매매 규모만 4173억원에 달했다.

신용거래융자의 손실 발생 가능성은 0에 수렴하는 상황이지만 이자율은 10%를 육박하고 있다. 이날 현재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180일 초과 구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8.5~9.8%다. 삼성증권이 9.8%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융투자(9.5%)와 키움증권(9.5%), KB증권(9.0%)도 9%를 웃돌았다. 기간이 가장 짧은 1~7일 구간의 이자율도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은 7.5%를 책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는 주식담보와 담보비율, 반대매매가 있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증권사들이 10%에 가까운 이자를 적용하는 것은 폭리"라며 "리스크 관리 비용과 조달금리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수준의 이자를 유지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리스크는 거의 없고 일부 증권사는 자체자금으로 신용거래융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같은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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